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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Sep 12. 2024

수술을 꼭 해야 하나요?

퇴원을 하고 지내면서 내 생각처럼 드라마틱하게 회복이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6개월 이상 걸릴 거라고 듣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통증은 줄어들고 나만 아는 변화들은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한 번 다친 후에는 또다시 다치기 쉬우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왜 그런지도 알겠다 싶었다. 한쪽 다리가 자유롭지 않으니 자세가 틀어졌다. 다치지 않은 쪽의 다리가 혹사당하고 잘못해서 삐기도 했다. 물론 이때 삔 것은 다친 다리보다는 약한 통증이지만 움직임이 제한되기는 충분했다. 다친 쪽 허리도 아파지니 앉는 것도 서는 것도 고역이었다. 조심히 다녀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몸 여기저기가 아파왔다.


걷기 연습은 했지만 여러 스트레칭 연습은 혼자 하기 어려웠다. 아프고 다칠까 봐 용기가 안 나는 것도 있었다. 운동을 하기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필라테스를 이때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그리고 재활치료도 조금 더 빨리 받아볼걸 싶다. 이미 지나서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게 제일 아쉽다.


아무튼 당시에는 몇 달이 지났는데 절뚝거리며 걷는 내 모습과 종아리 알이 다 빠진 다리가 걱정되었다. 참다가 다시 집과 더 가까운 척추관절 병원을 찾았다. 원래 다니던 병원은 부모님 댁과 더 가까웠기에 너무 멀어서 더는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병원의 담당의사 선생님이 산재보험 상 치료를 종결 처리하셨기 때문에 다시 가기가 주저스러웠다. 산재까지 종결하며 잘 나을 거라는 말을 듣고 마지막 진료를 끝냈다. 그 병원에서 나는 더 이상 환자가 아닌 건데 나는 아직 아팠고 잘 걷지 못했다.


다른 병원을 찾게 되었다. 사실 재활 치료가 궁금했기 때문이었고 수술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원래 이렇게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하고 싶은 마음도 있던 것 같다.


이전 병원 검사 결과도 가져갔지만 mri 검사도 다시 하게 되었다.


“일단은 다른 병원도 다녔는데 좋아지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바로 수술을 권합니다. 다다음주 중에도 일정을 잡을 수 있어요. “


의사 선생님은 자신 있게 수술을 권했다. 인대나 힘줄은 스스로 붙지 않는다며 수술로 조금 더 튼튼하게 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하셨다.


“너무 일정이 빠른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치료를 먼저 해볼 수는 없을까요? 수술 전에 재활을 하라는 말도 있던데요..”


생각지 못했던 수술 권유를 받고 놀랐던 것 같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는 수술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병원마다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약간은 과잉 대응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수술이 더 빠른 해결책은 아닐까 마음이 요동 쳤다.


“수술을 안 한다면 회복 기간이 꽤 오래 걸릴 거예요. 그럼 일단 바로 수술하기 전에 충격파 치료와 재활 운동 치료를 해볼게요.”


수술을 하기 전에 치료를 해보는 개념으로 치료사 선생님과 재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직접 운동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치료사 선생님과 시간을 따로 예약해야 했다.


치료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한 후 천천히 발목 돌리기 운동을 손으로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일단 체외충격파 치료는 정말 충격적으로 아팠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친절했지만 기기가 닿는 순간은 충격적이었다.


“그냥 그만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하고 바로 집에 가고 싶을 정도였다. 염증이 있기 때문에 아픈 거라고 점점 좋아질 거라고 다독여 주셔서 겨우 겨우 해냈다.


하지만 치료사 선생님과 진행한 재활 운동은 정말 좋았다. 발목 돌리기는 처음에 a, b, c, d.. 알파벳 쓰기를 해보라고 하셨지만 뭔가 발 자체가 뻑뻑해서 잘 안 되었다. 아프기도 했다. 선생님은 글러브를 낀 손으로 직접 발목을 풀어주면서 도와주셨다. 몇 번 세션을 진행한 후에는 밴드를 발목에 끼우고 하는 운동도 같이 했다. 선생님은 집에서도 알파벳 쓰기를 많이 해보라고 알려주셨고 집에서 할 만한 밴드 운동도 배웠다. 운동용 밴드를 몇 개 구입해서 집에서 조금씩 해보았다.


수술보다는 이렇게 재활을 해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데 이런 희망찬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쨌든 담당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권한 상태였기에 이 병원을 계속 다닌다면 수술을 결국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수술에 의문을 품은 나는 말 안 듣는 환자가 되어버렸다. 수술을 한다면 또 회복까지 6개월은 걸린다고 들었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이미 직장도 그만 둔 상태인데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아졌다. 재활을 하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결국 다른 병원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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