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수술을 꼭 해야 하는 상태인지 확인하고 싶어 대학병원 예약을 잡게 되었다. 이번에는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재활의학과는 큰 병원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주위에서도 수술은 보통 마지막 선택이라며 더 큰 병원 진료를 권했다. 이렇게 1, 2, 3 차급 의료기관을 다 경험하게 되어 버렸다. 이전 글에 썼듯 원치 않는 혼란 속에서 의료쇼핑을 해버렸다.
결론적으로 대학병원에서는 지금 수술을 할 상태는 아니라고 하셨다. 담당 교수님이 수술은 권하지 않는다고 절대 하지 말라고까지 하셨다. 다만 염증이 다소 심한 상태라 아팠을 거라고 하셨다. 그 후에는 재활의학과에서 재활 운동을 배우며 치료를 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중에 알게 된 것들이 있었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에서 치료에 대해 조금은 관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정형외과에서는 아무래도 외과적 수술을 권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재활의학과에서는 시간이 걸려도 재활 운동을 통해 회복해 나가는 치료를 권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가 되고 나면 병원을 찾고 결정하는 것이 이렇게도 어렵구나 하는 것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병원에 가려면 누군가 도와줘야 하는 것 자체도 남에게 짐이 되기 싫은 나에게 하나의 장벽이 되었다.
다친 지 얼마 안 되어 기록적 폭우로 아파트 1층까지 다 잠기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던 시기도 있었다. 그리고 병원을 애써 찾아도 여러 이유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들도 생긴다.
왜 더 일찍 병원을 찾지 않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이제 나는 아픈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병원을 가야 좋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여러 사정이 생겼을 수 있겠구나, 어떻게 할지 혼란스러워 시간이 흘러갔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다양한 케이스를 다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의 경우처럼 심한 골절까지 된 것은 아니고 힘줄, 인대 위주로 다친 경우라면 재활의학과를 먼저 찾았다면 어떨까 싶다. 다만 나도 찾아봤지만 병원이 많은 서울에도 동네에 정형의학과에 비해 재활의학과는 많지가 않다.
그래서 나의 경우 동네 병원에서 큰 병원을 가라고 했을 때 헤매지 말고 바로 대학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의 재활의학과를 예약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재활운동을 하고 염증 치료를 하면서 도움을 받고, 재활 필라테스도 더 빨리 시작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재활의학과 교수님도 운동을 더 빨리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하셨다.
지금 후회해 보아야 소용은 없지만 얻은 것도 있다고 생각하련다. 빠른 해결법보다 느리더라도 재활을 해 나가며 회복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