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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Sep 22. 2024

용기를 내서 걷는 한 걸음

다리가 회복되어 갈 때 즈음,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이 남은 연차를 소진해야 했는데 나도 쉬고 있어 그동안 가고 싶었던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다치고서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었다. 바깥 활동이 다소 위축되는 느낌이 있었기에 여행을 가고 싶기는 했지만 용기가 필요해 고민 끝에 결정하게 되었다.


뉴질랜드 여행 중에 긴장되면서도 기대되었던 코스는 아오라키 마운트쿡  국립공원 트래킹이었다. 재활은 열심히 했지만 산에서 걷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국내 여행이 아니라 처음 가보는 뉴질랜드에서 걸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괜히 떨렸다.


국립공원에 거의 도착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버스 밖으로 멀리 보이는 산과 풍경을 보며 설레기 시작했다. 산 ​위에 덮인 하얀 눈이 멋있었다. 한편으로 너무 높은 산을 올라가야 하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도 되었다.



나중에 트래킹 하러 가보니 생각보다 경사도 완만하고 걷기 좋은 길이었다.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 보기 시작했다. 반지의 제왕 촬영지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으로 걸어갔다. ​내가 모험을 떠나는 난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눈만 쌓인 게 아니라 푸른 잔디밭과 건초 느낌 풀들도 함께 있어 특유의 분위기가 멋졌다. 풀이 있어 걷기도 편했던 것 같다. ​풍경에 계속 감탄하면서 걸어 나갔다.



직접 보면서도 사진 속 같은 산길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다. 다큐멘터리나 잡지에서나 보던 풍경 속을 걷다 보니 대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지 위주로 걸었지만 상당히 피곤하기는 했다. 체력이 괜찮을까 걱정되었지만 생각보다 운동한 느낌이 나고 좋았다.​ 그렇지만 단순히 운동을 해서 좋았던 것 이상이었다.


웅장한 풍경 속에서 나 자신이 유난히 작디작게 느껴졌다. 광활한 산과 들판,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쉬어가는 느낌도 있었지만 대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감정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다리와 팔을 다치고 느꼈던 모든 힘들었던 시간과 감정들이 작고 멀게 느껴졌다. 그렇게 트래킹을 포기하지 않고 다 마쳤다. 몇 시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젠 다시 잘 걸을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는 조금씩 오랜 시간 밖에서 걷는 것도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실제 통증도 있지만 무언가 겁이 나서 이전처럼 멀리 외출을 가거나 여행을 가지 못했다.


트래킹을 처음 시작하며 발걸음을 내딛을 때의 떨림과 뚜벅뚜벅 걸어갈 때 그 성취감이 기억에 남아 용기를 주었다.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어렵지만 그 한 번의 용기가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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