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Sep 30. 2024

다시 환자가 되었다

손목과 어깨는 아직 아팠지만 다리가 회복되어 가면서 봄에는 다시 병원에 취업을 했다. 일하며 저녁 시간에 운동도 계속 병행을 했고 평소 손목을 조심하면서 업무에 적응해 나갔다. 처음에는 다시 환자들을 만난다는 것에 설레기도 했다. 업무 때문에 듣게 되는 교육도 재밌게 느껴졌다. 회복 기간 집에만 있던 날이 많았기에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상담을 담당하다 보니 처음에는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전화로, 대면으로 우리를 함부로 대하는 환자들을 만나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혀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 나를 지치게 했다. 나로서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진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되면 내가 설명을 하거나 사과를 드려야 했다. 같이 일해야 하는 다른 부서와의 관계가 안 좋아 힘든 부분도 있었다. 바뀌기는 힘들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고 그곳의 구조가 그랬다.


업무 스트레스 때문인지 몸이 자주 아팠다. 이명 증상도 생겼고 감기몸살인 듯한 증상이 자주 있어 병원을 뛰어다닐 때면 항상 피곤했다. 게다가 별 다른 걸 먹지 않아도 장염 증상이 자주 생겼다. 원래 장이 과민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염 증상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일을 하는 동안은 정말 심해졌다. 밥을 먹는 보람이 없을 정도였다. 먹기만 하면 화장실을 자꾸 가다 보니 직장에서도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없었던 위염도 생겨서 생활이 불편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 당시에 다음 해에는 임신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동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보았다. 임신 생각이 있다면 그전에 산부인과 진료부터 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도 하고, 심해진 장염 증상이 혹시나 산부인과 쪽 문제일까 해서 들른 것이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상당히 큰 혹이 있다며, 물혹인 경우가 많겠지만 혹시나 물혹이 아니라 악성종양일 가능성도 있으니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을 할 만큼 큰 사이즈이니 큰 병원에 꼭 가보라고 의뢰서를 써주겠다고 했다. 그때는 종양 가능성이라는 말이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환자 생활을 서서히 마무리짓겠구나’ 할 때 즈음 새로운 건강문제가 내 인생에 등장해 버렸다. 이번에는 산부인과 환자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