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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Oct 01. 2024

병원을 다녀온 밤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듣고 온 밤. 피곤하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수술도 해야 한다니. 난소낭종에 자궁근종도 있다고 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나의 난소와 자궁이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식. 지금 건강상태로는 난임에 해당한다는 말이 나를 놀라게 했다. 딩크족도 많지만 난임 부부도 많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내가 난임여성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는 거구나. 난임이라는 말은 간호사로 있거나 연구하거나 할 때는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내가 해당된다니 또 다른 느낌이다.


그래도 긴장하며 팽팽하게 잡고 있던 실을 툭 놓아버린 듯 마음이 풀렸다.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이제는 그냥 상황에 순응하게 되어서 그럴까. 임신을 생각하며 들렀던 산부인과에서 알게 된 소식이지만 난임이라는 것 이전에 우선 내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병원에서 제시해 주는 치료를 하나 하나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사실 다른 수도 없기도 하고 혼자 마음 졸이는 것보다는 낫다 싶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결과는 그때 가서 상태를 보고 정해지는 것이니 다음 대처법도 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것 같기도 하다.


간호대를 입학한 후로 왠지 웬만한 사람들보다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도와주려면 몸도 마음도 강하게 단련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 강하다는 것과 건강하다는 것의 뜻도 모호하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렇다. 살면서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무결점으로 건강하기만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사고 후유증이 지나가고 새살이 나려고 하는데 새로운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은근 다이내믹한 나의 일상. 그래도 힘든 시간이 나를 조금은 단련시켜 준 것 같다.


이번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웃을 일이 있으면 많이 웃고 소소하더라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일이 있으면 놓치지 않기로 하며,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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