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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Oct 01. 2024

갑자기 나온 뱃살은 물혹이었다

어쩐지 자꾸 배가 나온다 싶었다. 살이 찌는 것으로는 설명하기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검사로 발견된 물혹의 정체는 난소낭종이었다. 난소낭종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증상 중에는 배가 나오고 복부에 불편감과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돌이켜보니 나에게 다 해당되는 경우였다. 어쩐지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다. 이상한 걸 감지하고 병원을 더 빨리 갈 걸 싶은 뒤늦은 후회도 해 본다.


밥을 한 끼만 먹어도 더부룩하고 배가 나왔다. 평소에도 배가 예전보다 많이 나와 있었는데 몸무게가 늘지 않았을 때조차 그랬다. 운동을 하려고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는 심하게 복부가 압박되는 느낌에 숨이 찰 정도였다. 평소에도 불편한 압박감이 힘들었다.


왜 잘 몰랐을까 생각해 보지만 아무래도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주위의 또래들 중에도 난소 물혹이나 자궁근종이 있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근황을 전하며 이야기하다 보니 모르고 지나갔는데 예전에 이미 수술을 한 지인도 있었다.


그 당시 병원에서 만약 수술을 하게 되면 한 달은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처음 검사한 곳은 동네 의원이었다. 수술을 하려면 큰 병원을 가라며 의뢰서를 써주셨다. 그렇게 겨우 큰 병원에 예약을 잡았는데 첫 진료가 몇 달 후였다.


일하던 부서에 이런 상황에 대해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본 것이 아니면 병가 인정도 어렵다고 했다. 병가 없이는 수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일하던 병원으로 예약을 옮기자니 엄두가 안 났다. 내가 일하던 곳은 상급종합병원이라 환자들이 검사 하나 예약까지 6개월씩 걸리는 걸 많이 보았다. 보통 어떤 검사를 먼저 해야 수술을 하기에 내가 수술을 받으려면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었다.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수술이 빠른 시일 내로 필요할 수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실제로 그 당시 수술이 급히 필요했다. 내가 다니던 직장은 병원이었고 환자에게 필요한 많은 것이 갖춰진 곳이었지만 그걸 내가 누릴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직원이 아닌 환자가 되니 익숙하던 그곳이 낯설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많이 지쳐 있던 나는 건강 문제가 겹치자 더는 버티기 힘들게 느껴졌다. 한 달 내내 고민을 했다. 몇 달만 버틸지. 아니면 수술을 몇 개월이든 1년이든 더 미루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한 번은 나를 챙겨야겠다 싶어졌다. 그렇게 사직서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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