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자꾸 배가 나온다 싶었다. 살이 찌는 것으로는 설명하기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검사로 발견된 물혹의 정체는 난소낭종이었다. 난소낭종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증상 중에는 배가 나오고 복부에 불편감과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돌이켜보니 나에게 다 해당되는 경우였다. 어쩐지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다. 이상한 걸 감지하고 병원을 더 빨리 갈 걸 싶은 뒤늦은 후회도 해 본다.
밥을 한 끼만 먹어도 더부룩하고 배가 나왔다. 평소에도 배가 예전보다 많이 나와 있었는데 몸무게가 늘지 않았을 때조차 그랬다. 운동을 하려고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는 심하게 복부가 압박되는 느낌에 숨이 찰 정도였다. 평소에도 불편한 압박감이 힘들었다.
왜 잘 몰랐을까 생각해 보지만 아무래도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주위의 또래들 중에도 난소 물혹이나 자궁근종이 있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근황을 전하며 이야기하다 보니 모르고 지나갔는데 예전에 이미 수술을 한 지인도 있었다.
그 당시 병원에서 만약 수술을 하게 되면 한 달은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처음 검사한 곳은 동네 의원이었다. 수술을 하려면 큰 병원을 가라며 의뢰서를 써주셨다. 그렇게 겨우 큰 병원에 예약을 잡았는데 첫 진료가 몇 달 후였다.
일하던 부서에 이런 상황에 대해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내가 일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본 것이 아니면 병가 인정도 어렵다고 했다. 병가 없이는 수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일하던 병원으로 예약을 옮기자니 엄두가 안 났다. 내가 일하던 곳은 상급종합병원이라 환자들이 검사 하나 예약까지 6개월씩 걸리는 걸 많이 보았다. 보통 어떤 검사를 먼저 해야 수술을 하기에 내가 수술을 받으려면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었다.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수술이 빠른 시일 내로 필요할 수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실제로 그 당시 수술이 급히 필요했다. 내가 다니던 직장은 병원이었고 환자에게 필요한 많은 것이 갖춰진 곳이었지만 그걸 내가 누릴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직원이 아닌 환자가 되니 익숙하던 그곳이 낯설고 차갑게만 느껴졌다.
많이 지쳐 있던 나는 건강 문제가 겹치자 더는 버티기 힘들게 느껴졌다. 한 달 내내 고민을 했다. 몇 달만 버틸지. 아니면 수술을 몇 개월이든 1년이든 더 미루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한 번은 나를 챙겨야겠다 싶어졌다. 그렇게 사직서를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