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ela Oct 09. 2024

어르신의 정이 담긴 사탕

요양원에 할아버지 한 분은 신문 읽는 것을 좋아하셨다. 치매가 있어도 세상살이를 놓지 않으려는 듯 매일 신문을 읽으셨다. 뭐 하고 계신지 보러 들르면 주무실 때 빼고는 신문을 읽고 계실 때가 많았다. 마루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신문을 읽고 계실 때도 꽤 있었다.


“어르신, 오늘도 신문 보시는 거예요?”


“배추가 만 원이 넘네! 상추는 이렇고.”


채소를 파는 정보가 적혀 있는 란을 보시며 진지하게 외치신다. 가격도 꼼꼼하게 살펴 읽어보시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가끔 동화책을 읽고 계실 때도 있었다. 옆에 앉아서 뭐 읽으시냐고 여쭤보면, 동화책 내용을 차근차근 천천히 읽어 주시기도 했다.


가끔 보호자님이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사탕이나 과자를 주고 가셨다. 어르신은 그걸 서랍에 잘 보관해 두셨다. 어느 날부터는 어르신 방에 들어가서 인사를 하면 갑자기 사탕 봉지를 주섬주섬 꺼내셨다.


“아이고 많이 주지 마시고 딱 하나만 주세요. 진짜 딱 하나요. “


“아니야, 하나 가지고 되나?”


자꾸 한 움큼 집어서 많이 주시려고 하시기에 딱 하나만 달라고 하니 그거 가지고 되냐고 하며 웃으셨다. 다른 날은 어르신을 못 이기고 사탕을 많이 받아와서 그날은 진짜 하나만 받으니 멋쩍게 웃으신다.


어르신이 건네주시는 사탕에서 뭐 하나라도 챙겨주려고 하시는 따듯한 정이 느껴졌다. 그렇게 받아온 사탕은 바로 먹기가 뭔가 아까워 책상에 올려두게 된다.



이전 12화 돌봄 현장에 남자요양보호사가 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