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에 쉬고 있을 때였다.
빼꼼, 사무실 문가에 얼굴을 비추는 어르신.
"어르신, 하실 말씀 있으세요?" 하면서 다가가자 손을 한 번 잡아주신다. 가끔 뭔가 드시고 싶다거나 불만사항이 있을 때 찾아오시기도 하기에 무슨 말씀을 하실지 궁금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다시 방으로 가셨다. 따라오라는 말씀인가 해서 나란히 걸어서 방으로 갔다.
"어르신, 방에 같이 가자는 말씀이세요?"
"응응."
방 침대에 앉으시기에 옆에 같이 앉았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찾아온건가 했는데 별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나는 "아까 저한테 인사하러 오셨던 거에요?" 하고 웃었다.
이 할머니는 치매가 진행되어 말씀을 길게 하지는 못하는 어르신이셨다. 그렇지만 의사 표현은 잘 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뻐. 이뻐. 이뻐." 하며 내 등을 두드려 주셨다. 그러시면서 수줍으신 듯 얼굴을 손으로 가리시며 웃는다. 나도 같이 웃음이 나왔다.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무심히 있던 얼굴 근육도 다 무장해제 된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