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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Dec 06. 2023

집에서 패딩을 입고 삽니다

난방 없이 살기


'호-' 불면 입김이 나오는 집, 난방을 하지 않는 우리 집에서는 패딩은 필수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집이 춥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한겨울에 집에서 반팔을 입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더 놀랍다. 어려서부터 난방을 하지 않는 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추우면 옷을 껴입는 게 익숙하다. 그렇지만 춥다. 추운 건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 친구 집에 놀러 간 어느 겨울날.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방바닥이 지글지글할 정도로 따뜻한 집안에 들어서며 몹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냉골 같은 집이 익숙했던 터다. 추운 겨울 집안에서도 옷을 가볍게 입고 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리 집이 유독 추운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일화였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온기 가득한 집이 많이 부러웠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으로 돌아와서, 여전히 우리 집은 춥다. 외풍이 있는 주택. 겨울철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집이 우리 집이다. 옷을 몇 겹씩 껴입는 건 기본이다. 다행히 올해는 패딩이 생겨서 그리 춥지 않다. 패딩이 없었던 지난해에는 옷을 껴입을 대로 껴입고 솜 이불을 돌돌 말고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아니면 온수매트 위에 앉아서 책을 보곤 했다. 유일한 난방 용품은 온수매트 하나, 정말 '이불 밖은 위험'했다.


내 방은 다락방이다. 보일러가 없다. 대신 전기 패널이 깔려 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잘 켜지 않았다. 한겨울 방바닥은 그야말로 냉골 그 자체. 발이 얼음장이 되는 건 한순간이다. 한파일 때 전기 패널을 며칠 켰다. 전기 패널은 바로 따뜻해지지만 끄는 순간 차갑게 식어버린다. 훈기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정말 추울 때만 잠깐 전기 패널을 켠다.


추운 겨울, 난방을 하지 않는 집의 생존 전략은 '움직이기'다. 옷을 두툼하게 입는 건 기본,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는 것도 좋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추울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게 최고다. 춥다고 웅크리고 있으면 더 춥다. 청소나 설거지,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할 때는 추운 줄 모른다.


잘 때는 온수매트가 있기 때문에 춥지 않다. 다만 얼굴이 시려서 얼굴을 내놓고 자지 못한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자는데 솔직히 불편하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사려고 망설였던 난방 텐트를 올해는 장만해 볼까 생각 중이다. 중고거래 앱에서 찾아봐야겠다. 얼굴을 편하게 내놓고 자고 싶다.


올겨울은 예년과는 조금 다를 듯하다. 매일 아침 따뜻한 소금차를 마시고 있다. 가을부터 소금을 챙겨 먹으면서 기본 체온이 올라갔다. 수족냉증이 있었는데 손발이 많이 따뜻해졌다. 지난겨울보다 확실히 추위를 덜 타는 것 같다. 몸이 찬 사람은 겨울에는 찬 음식을 피하고 열이 나는 음식을 주로 먹고 음식을 짜게 먹기를 추천한다. 음식으로 체온을 조절하고 기본 체력을 키울 수 있다.


겨울이 되니 집안에서 부지런한 편인 나도 이불 밖으로 나오는 속도가 느려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벌떡 일어나던 몸도 겨울만은 예외다. 겨울에는 조금 게으름도 피우고 느긋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돌아오는 이유는 봄을 기다리라는 자연의 뜻 아닐까.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가 다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겨울은 유독 추웠다.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 살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곳 겨울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이제 막 12월에 들어섰다. 올겨울은 어떨까? 우선 전기 패널을 최대한 켜지 않고 지내볼 생각이다. 혹한기가 찾아올 때까지는 일단 버티기다. 기후위기 속에서 살게 된 지금,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게 당연하게 자라와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밴 습관이 이렇게 빛을 발하다니 기쁠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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