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어쩌다 공무원' 입성기 1
"어머니~ 오늘도 일찍 퇴근하셨네요!
어쩜 우리 가영이는 너무 좋겠다~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일찍 퇴근하는 엄마들 별로 없는데,
우리 가영이, 복도 많네!"
돌봄 선생님과 약속된 퇴근시간은 7시,
선생님께 시간당 페이가 지급되는
여성가족부 돌봄 지원사업을
이용하고 있었지만
나는 늘 1시간 일찍 집에 왔고,
매일 1시간 치 페이를 더 드렸다.
나의 이른 퇴근은 물론 아이가 가장 좋아했지만,
돌봄샘의 업무만족도 역시 향상됐다.
우리 집에 계시는 동안 부탁드리지 않은 설거지며,
다양한 놀이 활동도 직접 만들어 해주셨다.
명절 연휴엔 별도의 선물이나 휴가비를 드려,
서로 명절 기분도 내고 애정도 쌓아갔다
요런 관계의 긍정성은 곧
아이에게도 돌아가니.
"엄마, 오늘은 수빈이가~~~~~~"
로 시작되는 딸아이의 수다는 잠이 들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엄마와 나누고픈 이야기가 많을 것.
아무리 야근 없는 퇴근이라도
아이는 늘 엄마의 빈자리를 느낀다.
저녁 메뉴는 직접 만든 시금치나물과 두부 듬뿍 넣은 된장국.
가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식단.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면, 목욕놀이도 즐기고,
그림책을 읽어주며 꿈나라로 향한다.
아이가 잠드는 시간은 대략 8시 30분~9시.
(책으로 육아를 배운 여자인 나는
전문가들의 지침을 주로 따르는 편)
나는 아이가 잠든 후 30분 정도의 간단한 홈트나 달리기를 하고
10시쯤 잠에 든다.
매일의 정확한 루틴.
싱글벙글,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이유는
일찍 잠들어 꿀잠 들 수 있는 루틴한 환경 덕분이다.
건강한 루틴을 지킬 수 있는 근원적 배경은 -
나의 퇴근 시간이 오후 5시라는 것.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찍 출근해서 더 일찍 퇴근할 수도 있었지만,
언론사를 상대해야 하는 업무 관계상,
언론사 기사 마감 시간보다 일찍 퇴근할 순 없었다.
특별한 기자설명회나 출장 업무가 추가되지 않는 한 퇴근시간은 지켜졌다.
아니 스스로 준수했다. 나는 그런 사람.
일부 직원들은 나의 칼퇴를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아~~~ 나도 우리 애 빨리 보고 싶다.
나는 5시 퇴근하면 안 되나아...?"
(그녀는 승진 대상자였고, 결코 퇴근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나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재계약을 앞둔 시점 즈음
일부 직원들은 대놓고 나의 정확한 퇴근시간을
비꼬기도 했다.
회사일도 일이지만,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는 것을
삶의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공공기관으로의 이직을 결심했었다.
퇴근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곳을 다닐 일순위 이유가 사라지는 것.
내가 당당히 8년 동안 칼퇴하며 다닐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내겐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언제든 어떠한 주제로든
원고를 써서 밥을 벌어먹고 살던 사람.
그 생활을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는 사람.
이꼬르(=).
이곳에 목을 메지 않아도 되는 사람.
정시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5시 40분~50분 사이.
아파트 단지 내로 돌진하면,
4시쯤 하원한 딸아이가 돌봄 선생님과 놀이터에서 맞아주거나,
집에서 이런저런 자유놀이에 몰입 중.
겨울에도 해가 지지 않은 시각에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반갑게 인사하고 '질적인 육아시간' + '양적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육아시간'을
확보했다.
육아 기간, 내 삶의 만족도를 묻는다면,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녀와의 '질적'인 시간이 양보다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늘 옆에 있어 공기처럼 스며드는 자연스러운 관계의 시간은 최소한의 '양적 시간'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물론 퇴고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업무 시간 내내 쉬는 시간 없이 일에만 몰입해야 했고,
퇴근 이후에도 쏟아지는 업무전화와 이메일을 체크해야 했다.
"이렇게 맨날~ 칼퇴하니까 글이 이 모양이지~"
라는 말 한마디 듣지 않기 위해,
내 손끝에서 나가는 서류의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타이틀에서 이미지까지 꼼꼼하게 작성하고 또 보고 또 보았다.
여기에 더해 신속한 보고로 일을 최대한 빠르게 마감했다.
일반적으로 공공의 조직에서는
윗선 보고를 미루고 미루는...
최대한 늦게 보고 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보고할 때마다 지적받거나,
수정해야 하는 부분들이 발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이외 별도 잡무에 시달리는 이들의 노고가 있기에...)
하지만 나는 '지적과 수정은 곧 나의 성장'이라는 진리를
방송국 생활을 통해 진즉 터득한 이다.
글은 손을 볼수록 좋아질 수밖에 없다.
결과물을 함께 만드는 이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종합해
수정 검토하면 할수록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발견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으며,
최종 원고의 퀄리티는 높아진다.
신속한 보고와 빠른 퇴고.
이후 정확한 마감일정 준수, 그리고 대변인실 제출.
이 과정은 대변인실과 언론사 기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업무처리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상식적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실행, 그리고 신뢰.
신속한 보고와 상사의 지적(물론 합당한 지적일 경우에만)을
나의 성장의 발판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공직생활을 버텨내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실제 성과 인정도 받았었기에.
확신할 순 없지만,
이 방식은 내 일상의 루틴을 지켜주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여기서 포인트!
마지막으로 정시 퇴근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당당할 것!
칼퇴 아닙니다. 정시 퇴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