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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생각나는 멸치볶음

by 동그라미 원


우리 집 최고의 반찬은 멸치볶음



요즘 우리 집 식단 최고의 반찬은 멸치 볶음이다.

다른 반찬은 며칠 있다가 없기도 하고, 주 메뉴는 거의 매일 바뀌지만 멸치볶음은 빠지지 않는다.

아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멸치를 좋아해서 아들이 같이 있는 동안에는 거의 멸치 볶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이 한동안 같이 있다가 다시 직장으로 인해 인도네시아로 간 이후 한동안 멸치가 식탁에 없었다.



지난 9월에 아들내외를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가기 전에 아내가 가장 공들여 준비한 것은 멸치 볶음이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갈 때 멸치를 반찬통 몇 통을 볶아 가더니 그 이후로는 멸치가 반찬 1순위가 되었다.

멸치 반찬을 먹으면 좋은 점은 식사를 하면서 저절로 ‘아들은 잘 지내나?’ 생각하며 기도하게 된다.



아들이 어렸을 때 아내의 멸치볶음은 주로 잔 멸치를 이용해서 볶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잔 멸치가 아닌 어느 정도 중간 크기의 멸치로 볶음을 한다.

처음에는 큰 멸치를 가지고 할 때 시행착오가 좀 있었다.

잔멸치는 볶음팬에 볶으면서 수분과 비린내를 날릴 수 있는데 큰 멸치는 타기 전에 충분히 수분을 날리기 쉽지 않다.

멸치가 크다 보니 수분이 잘 안 날아가 바삭한 느낌보다 찐득한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아내가 찾아낸 묘수가 일단 오븐을 가지고 멸치에 수분을 충분히 제거한 다음 볶는 것이다.

최근에는 잔멸치보다 조금 더 큰 멸치가 먹는 맛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집안마다 멸치 볶음 스타일도 달라 꽈리고추와 함께 매콤 짭짜름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조청을 넣어 짠맛보다는 단 맛이 더 강하게 하기도 하는데 우리 집은 후자이다.

최근에 멸치볶음은 아주 달지 않은 멸치 과자 같아서 많이 먹게 된다.

밖에서 외식하며 근사한 한 끼도 좋지만, 집에서 따듯한 밥에 계란 프라이 하나 얹고 간장 한술에 멸치와 먹어도 외식 부럽지 않다.



멸치는 칼슘이 많아 뼈 건강에도 좋고, 콜레스테롤 관리와 기억력 저하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또 아내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이고, 멀리 떨어진 아들 생각나게 하는 반찬이다.

이 가을 우리 집 최고의 반찬은 멸치볶음이다.


#멸치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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