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은행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외출해야 할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안 남았다.
그 정도 시간에 얼른 점심을 해결할 방법은 역시 라면이다.
물에다 파를 넣고 이제 라면을 끓이려고 하는데 아내가 남은 냉이가 있다며 같이 끓이잔다.
얼른 다듬어 놓은 냉이를 썰어 라면을 끓이며 냉이를 함께 넣었다.
오늘은 마침 라면도 안성탕면이어서 수프의 국물도 기본적으로 된장 베이스다.
안성탕면에 냉이를 듬뿍 넣었으니 냉이 된장 라면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조리 후에 그릇에 담을 때부터 코끝을 자극하는 진한 냉이 향이 난다.
라면에 깻잎이나 콩나물을 듬뿍 넣어 먹은 적은 있지만 냉이를 넣어 먹기는 처음이다.
기억에 중학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라면을 끓여 먹기 시작했으니 라면 인생 어언 40년이다.
어려서부터 얼마나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았으면 대학에 전공을 식품 공학을 했었겠는가?
예전부터 라면뿐 아니라, 짜장, 우동, 스파게티까지 다양한 면 요리를 종종 해 먹는다.
먹을 때마다 그냥 원재료만 가지고 하기보다는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서 해 먹는다.
라면을 먹을 때는 파는 기본이고, 만두가 있으면 만두를 함께 넣어 먹을 때가 많다.
작년 생일 때는 아들이 보내 준 문어를 가지고 스페셜 문어 라면을 먹기도 했다.
아내는 라면에 쌀국수에 주로 넣어 먹는 고수를 넣어 먹는 것도 좋아한다.
짜파게티류를 할 때는 참치나 돼지고기와 양파로 소스를 따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동을 먹을 때는 파와 함께 어묵을 첨가해서 먹을 때가 많다.
스파게티는 주로 알리올리오 스파게티를 하는데 보통 새우를 넣고 감바스 알리 올리오로 한다.
오늘 라면을 끓이면서 냉이를 넣고 끓인 것은 처음 한 시도인데 나쁘지 않았다.
라면에 관한 가장 특별한 기억은 1989년 유럽 배낭여행 때였다.
당시에 친구랑 둘이서 배낭여행 중에 독일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팀에게 버너와 코펠을 싸게 샀다.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에 베니스에 아침에 도착을 했는데 아침에 기차역에서 환전이 안되었다.
당시에는 아직 유로를 사용하기 전이여서 나라를 이동하면 그 나라 돈으로 환전을 해야 했다.
마침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인 둘을 만났는데 그들은 라면을 가지고 있었다.
넷이서 의기투합하여 베네치아역 광장에서 함께 라면을 끓여 먹었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평생에 라면을 일주일에 한 번만 잡아도 2천 번 이상은 먹었다.
아마도 한국인의 주식인 밥 다음으로 질리지 않고 많이 먹은 음식이 라면일 것 같다.
가능하면 라면을 먹는 횟수는 줄이려고 하지만 어쩌다 먹을 때는 단순히 한 끼 때우기보다 요리처럼 먹는다.
오늘 냉이와 라면의 조합은 새로운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