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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찜이 위로가 되기를

by 동그라미 원


아귀찜이 위로가 되기를



설 연휴 마지막 날, 최근에 연달아 어려운 일을 겪은 지인과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하였다.

작년 가을 어느 날 회사 계단에서 넘어져 두 다리가 다 골절이 되어 수술을 하고 한 달 정도의 입원과 3개월 가까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올 초에 겨우 다시 걷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도 일로 인해 좋지 않던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다시 지난주 수술을 하였다.

혼자 지내면서 얼마나 몸도 마음도 힘겨웠을까?

명절에 시골에 갈 형편도 안되어 연휴 마지막 날 점심에 식사를 함께 하였다.



우리가 집에 가니 우리에게 대접하기 위해 불편한 손으로 쌀케이크를 만들어 놓았다.

IT 전문가이고 프로그래머이지만 언젠가부터 쌀케이크 만드는 것을 배워서 최근에는 가르치는 클래스도 열었다고 한다.

이전에 간혹 판매를 한 적도 있고, 앞으로 프로그래머보다는 취미를 업으로 전환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프로그래머로 달려가던 길이 다리 골절을 통해 갑자기 하던 일까지 멈추게 되었으니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작년에 나도 달려가던 걸음이 갑자기 멈춰지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기에 심정이 이해가 간다.


점심은 지인 집 근처에 나가서 아귀찜을 먹었다.


아귀찜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고 한다.

과거 경남 마산에서 장어국을 끓여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어느 추운 겨울날 어부들이 아귀를 잡아와서 이 물고기로 안주를 만들어 달라 했다고 한다. 혹부리 할머니는 점액이 나오는 아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이런 콧물 질질 흘리는 물고기를 왜 먹냐?' 하며 밖으로 던졌다. 아귀가 던져진 채로 겨울의 찬 날씨에 얼었다 녹았다 하며 잘 건조되자, 혹부리 할머니가 북어찜 만드는 법으로 아귀를 조리해 단골손님들에게 먹여보니 맛있다고 하여 지금의 아귀찜 요리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출처: 나무위키)

사실 아귀찜은 아귀와 미더덕과 같은 해산물을 빼면 매콤한 콩나물찜이라고 해도 관언이 아니다.



아귀찜을 먹은 후 빠지면 안 되는 것이 남은 양념으로 볶음밥을 해 먹는 것이다.

날치알을 듬뿍 넣어 프라이팬에 직접 볶아 먹도록 내어 준 볶음밥이 입에 착 감긴다.

지인도 먹은 후 메뉴에 아주 만족하여 우리도 마음이 흡족했다.

식사 후에는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여 지인의 집에 가서 마시며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응원을 하기도 했다.

위해서 함께 기도하고, 대화도 한참 나누고 나서 마음이 많이 위로가 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점심 한 끼지만 평소에 아무 일 없던 사람들과 밥 한 끼와는 의미가 다르다.

마음이든 몸이든 아프고 나서 편하게 밥 한 끼 같이 먹을 수 있는 관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겨울에 꽁꽁 언 눈들이 따듯한 봄바람에 스르르 녹듯이 밥 한 끼 나누는 시간과 마음이 봄바람이 되기도 한다.

아내와 셋이 함께 한 점심시간이 여러 가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인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구찜 #아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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