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지기 지인이 있다.
아직 싱글인데 아내와도 셋이 같이 동갑이어서 서로 친구처럼 지낸다.
그런데 한 달 전에 지인이 회사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두 다리가 다 부러져 수술을 했다.
새로 집 이사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이사는 일단 지방에 사는 오빠가 와서 도와주었다고 했다.
거의 한 달간 병원에서 재활 과정을 마치고 지난 화요일에 퇴원을 하였다.
그리고 오늘 아내와 함께 가끔 만나던 다른 지인과 함께 병문안 겸 집들이를 다녀왔다.
혼자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휠체어에 앉아 생활을 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서 아내와 의논 한 끝에 만둣국과 불고기 재료와 김치까지 전부 준비해 가지고 갔다.
가보니 이사를 하기는 했지만 나머지 옮기고 정리를 하고 싶어도 혼자 휠체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먼저 가서 위로와 축복의 시간을 가진 뒤 아내는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나는 짐 나르는 것을 도왔다.
몇 가지 버릴 것은 가지고 나가서 경비 아저씨게 부탁해서 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붙여 달라고 부탁드렸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나 종량제 쓰레기봉투도 없어서 사다가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려주었다.
몇 가지 일을 도운 뒤 아내가 준비한 만둣국과 불고기로 함께 점심을 나눴다.
지난 며칠 동안 퇴원 후 와서 친구와 함께 식사를 시켜 먹고 남은 음식을 먹으며 지냈던 것 같다.
사실 음식을 시켜서 먹을 수 있었지만 혼자 밥을 할 수도 없으니 누군가가 해주는 집밥이 그리울 듯했다.
그래도 가서 함께 점심 한 끼 같이 먹고 정리도 돕고 쓰레기도 버리고 와 주니 마음이 한결 낫다.
이사하고 나온 박스와 재활용 쓰레기 몇 가지는 내일 우리 아파트 단지 재활용 버리는 날이라 가지고 왔다.
누구나 살다 보면 어려움을 당하는 때가 있다.
어려움보다 힘든 것은 때로는 아무도 그 아픔을 위로하며 줄 사람이 없을 때이다.
사실 밥은 무엇을 먹는가 보다 누구와 먹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오늘 잠시지만 가서 따듯한 밥 한 끼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면 다행이다.
돌아보면 나도 어려울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려운 가운데 있는 지인과 따듯한 밥 한 끼가 서로에게 행복이 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