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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맛으로 기억될 추억

by 동그라미 원


게맛으로 기억될 추억



미국에서 동생과 조카들이 한국에 왔다.

동생은 5년 전 매제가 암으로 항암 치료를 위해 몇 달 와 있은 후 5년 만에 방문이다.

조카들도 아주 어려서 말고 이제 대학도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 한국 방문은 처음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가족이 평창으로 여행을 왔다.

가족이 함께 만나 여행을 함께 한 것은 7년 만이다.

2016년 11월에 미국 오하이오에 당시 부모님이 사시던 것에 함께 모여 아버지 팔순 모임을 가지고, 가족이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을 다녀왔었다.



어제 다 같이 평창에 와서 부모님은 거동이 자유롭지는 않으셔서 숙소에 계시고 동생과 조카들과 먼저 양양 하조대 전망대를 잠시 들려 바다 구경을 했다.

동생이 미국 LA 쪽에 살아서 바다가 가깝기는 하지만 한국 동해안 바다를 보는데 조카들이 아주 신나 한다.



이어서 강릉 쪽에 게를 먹기 위해 검색해서 <게네집>이라는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갔더니 검색으로는 영업 중이라고 나오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전화를 해보니 주인이 잠시 바닷가에 나가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해서 동생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기다릴 때 주인 부부가 돌아왔다.

우리는 홍게 2kg, 대게 2kg을 주문하고 게가 쪄서 나오기까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동생도 미국에도 게가 있지만 미국에서 정말 맛있게 게를 먹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30분 정도를 기다리니 주인이 푸짐한 찐 게를 들고 왔다.

먼저 사진을 찍고 나니 친절하게 먹는 법을 시범을 보여가며 가르쳐 준다.

게를 한 입 먹는 순간, 여기서는 게를 찍어먹는 양념이나 간장을 전혀 주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이렇게 멀리 미국에서 온 동생 가족과 여행을 오지 않았으면 이런 게찜을 평소에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것이 이런 맛이었다.



정신없이 게 다리를 해치우고 주인에게 말하니 벌써 다 먹었나 하는 눈치이다.

그리고 와서 게 몸통을 손질해서 서빙을 하고 게 내장과 살로 비빈 비빔밥을 만들어 주는데 그 맛 또한 지금껏 생전 맛보지 못한 신선한 게맛이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홍게 라면을 게딱지를 그릇 삼아 먹는 맛.

"너희가 게 맛을 알아?"라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동생도 조카도 이런 게맛은 처음이라며 좋아하니 검색해서 찾아온 나도 맛뿐 아니라 어깨도 으쓱이다.



강릉의 유명 커피집에 가서 커피로 마무리한 동생과 조카와 반나절, 조카들이 앞으로 삼촌을 기억할 때 게맛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동생과 조카들에게도, 나에게도 가장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는 기분 나쁘지 않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밤늦게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가져갔던 부모님 가방 하나가 안 보인다고 하셔서 호텔에 연락을 해보니 두고 온 것이다.

이번에 일 때문에 아내는 함께 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다시 시간을 내 아내와 짐 가지러 가면서 다시 한번 게맛을 볼 생각을 하니 평창까지 다시 갔다 와야 한다는 것도 기대가 된다.

신선한 게맛은 어처구니없는 일도 다 감사하고 용납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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