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조직생활을 하면서 여러 습관들을 만들었다. 좋은 습관도 있지만 대체로 나쁜 습관들이 많다. 조직에서의 직무, 역할로 짜여진 틀에서 하루의 시간을 보냄으로 큰 틀에서의 규칙적인 부분이 형성되고, 시간시간 생성하는 일로 인해 작은 틀에서도 규칙적인 부분이 형성되었다. 가장 최근에 근무했었던 법인에서의 일상만 되 짚어 보아도 나쁜 습관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 운동하고 잠시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아침식사하고 출근하였다. 언뜻 보면 아주 건강한 아침의 루틴이고 딱히 나쁜 습관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내용을 쪼개어 보면 매우 나쁜 습관들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한다. 우선 스마트폰에 의존하여 일어남도 나쁜 습관이다. 아침 알람목적으로 머리맡에 두게 되는 스마트폰은 잠에 빠져들기전까지 일을 연장하는 툴이 된다. 스마트폰에 쌓여있고 지속 밀려드는 메일과 메시지를 쳐내기 위해 읽고, 해석하고, 머리 속에 정리하여 답을 한다. 이러다 보니 어떨 때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자기도 한다. 시간을 다투는 긴급한 내용이 아님에도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연장하여 일단락 지으려 하는 이 행위도 나쁜 습관이다. 더 나쁜 점은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행위가 습관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사는 습관은 일상에서 여러 문제들을 파생시킨다. 아내와의 대화 중에도, 아침식사중에도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대화 중 혹은 식사 중에 아내가 얘기하는 내용을 귀로는 듣지만, 온 신경은 폰의 내용에 있으니 아내의 얘기는 기억에 남을 리 없고, 결국 아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가 없으니 사단이 나게 된다. 아내는 스마트폰만 달고 사는 모습에 좋은 감정이 생길 수 없고, 누적이 되니 이해보다는 실망에 가까워진다. 식당 혹은 공공장소에서는 커플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데 대화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각자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한다. 습관으로 들여진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람간의 대화가 단절되는 폐해가 생긴다. 손안의 스마트폰이 주는 혜택도 많지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습관의 부작용이 크다.
낮 시간, 회사에서 일에 몰두할 때면 진정 화장실 갈 시간마저 잊을 때가 많다. 어쩔 때는 생리 현상이 급해도 책상에 앉아서 일을 계속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생리 현상이 터지기 직전까지 버티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이 습관은 몸의 자연스런 기능을 저해하고 신진대사의 흐름을 바꾸게 되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을 집중해서 한들, 몸을 해치는 습관을 만들었으니 결코 잘 했다고 '할 수 없다.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못할 때는 그냥 나서서 하게된다. 시킨일에 속도가 안날때도 나서서 하게 된다. 그리곤 마무리가 될때까지 메달린다. 약속시간이 되어감에도 지금 하는 일을 우선 마무리 해야 한다. 그래서 종종 약속시간에 늦게 된다. (타인의 시간이 소중함을 알면서도..) 위에서 얘기한 생리현상을 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더 우선하는 습관때문이다.
거래선과의 식사, 이해집단들과의 식사 등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진 저녁 시간으로 인해 굳어진 음주 습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진다. 때로는 저녁 약속이 없는 날도 있는데 어느새 약속이 없는 저녁시간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굳이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시간’ 이라는 문구를 떠올리지 않아도 크게 잘못된 습관임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다음날 아침, 음주 여독으로 인해 아침 루틴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일정이 헝클어져 하루 시간의 흐름이 방향을 잃게 된다.
다소 건조한 사례들이지만,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습관은 대체로 나쁜 쪽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습관이 나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필요하나,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수천 가지의 이유 속에 파묻혀 있을 때,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도 인지하게 된다. 성공하는 습관을 얘기하기 보다는 나쁜 습관을 인지하고 버리거나, 고치거나, 나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절실히 느낀다.
습관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드는 시간까지 하루는 습관의 연속이라 해도 될 듯 하다. 하나하나 열거해보면 얼마나 나쁜 습관들에 파묻혀 있음을 또한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나쁜 습관들을 제거하고 나은 습관을 들여, 체계적인 하루를 만들기 위해 루틴을 설계하고 일정을 디테일하게 짠다. 루틴이 하루의 습관들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열심히 실행한다. 그리곤 하루를 정리하면서 그날의 루틴 항목 성공여부를 점검하여 따져본다. 그런데 루틴을 지켰던 날이 그렇게 많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매년의 행사처럼, 습관을 고치겠느라 다짐하고, 선언하여 강제성을 부여하지만, 돌아보면 크게 나아지지 않음을 발견한다.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좋은 습관을 들이겠다고 했건만 이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한해의 끝으로 향해가는 11월, 이 시점에서 나의 다짐과 현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에 마음마저 불편하다.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좋은 습관, 루틴을 꾸준히 못했는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의지 부족과 실행이 없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자신과 타협하기 때문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전날 거래선과의 식사와 음주를 끌어내고, 일한 뒤에는 좀 더 쉴 수 있다는 합리화를 불러낸다. 잠잘 때라도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멀리하겠다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는 것은, 일 때문이라 합리화한다. 결국 좋은 습관, 루틴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임에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의지와 실행의 주체가 나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안하기 때문이다.
‘불규칙적인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습관이다.’ 언뜻 보면 말이 안되는 듯 한데, 곰곰이 생각하면 말이 되는 얘기이다.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다고 이해를 하면 말이 된다. 나쁜 습관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종속 변수임을 알고 다른 독립 변수를 투입하면 버리거나, 고치거나, 바꿀 수 있다. 마치 함수처럼 단순히 접근하여,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함수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답은, 습관은 습관으로 바꾸는 함수가 될 듯하다. 쉽게 받아들이면, 어제와는 다른 습관을 들인다면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꾸준함으로 완성하면 된다. 그래서 습관(h)의 변화=f(다른 습관(nh) * 꾸준함(s)) 함수로 정의할 수 있다.
남들이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이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습관을 바꾸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고 더 편안하기 때문이다. 왜냐면, 습관을 바꾸려면 안하던 짓을 해야 하는데 그 자체로서 어색하니까. 어색한 것은 불편하니까. 불편한 것은 하기 싫으니까. 결국, 나쁜 습관인지 알면서도 고수하는 것이다. 즉, 게으른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생각하고, 딴 생각을 접고, 그냥 다시 실행하면 된다는 독려를 다시 한다. 어제보다 나은 습관을 위해… 그냥하고,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하면 의지로 굳어지고 무의식 세계에 안착하여 결과가 된다.
'강철 의지'의 OS 마든이 강조한 한 부분이 떠오른다. '능력만큼은 누구에 비할 바 없이 뛰어났으나 강철 같은 의지의 실행력이 부족해 결정적 고비를 넘기기 못한 천재가 있는 반면,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맡은 바 일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은 전채도 많다. 이들은 입에 풀칠도 하기 힘든 처지에 굴복하지 않고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뜻한 바, 생각한 바를 실행하여 마침내 그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었다. 만약 집념과 의지력이 없어 세상이 떠미는 대로 떠밀리기만 했거나, 주저하다 실행 못했다면 그저 그런 삶을 살다 갔을 것이다'(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