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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Mar 12. 2024

딸의 반려견, 드디어 유치원에 가다!


사실 한국에 와서 보고 놀라웠던 사실이 몇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유모차에 강아지가 앉아있는 것이었다. '왜 유모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다니지? 어디 아픈가?' 했는데 '유모차에 강아지를 태운' 것이 아니라 '강아지유모차'였다. 나이로 보나 이국생활 20년때문인지는 모르나 아직도 '유모차에 탄 강아지'를 보면 살짝 이질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지난 글에서는 딸의 반려견 코디에게 분리 불안 장애가 있다는 얘기에 이어 딸의 강아지 코디가 유치원에 간다는 (이 역시 나에겐 아주 낯설다) 코디의 유치원 도전기를 얘기해보려 한다. 상황 이해를 위해 글 아래에 링크되어 있는 전편의 글을 읽어주시길 권합니다. 

  https://brunch.co.kr/@417061919d91410/46 

코디의 분리 불안 장애를 경험했을 때의 화들짝 놀란 마음, 코디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미안한 마음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였다. 또한 한 구독자께서는 답글을 통해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의 마음에 대해서도 따끔한 조언을 주셨다. 이번 일을 통해 반려견에 대한 마음 가짐을 다시 하였고 공부를 더 깊게 할 수 있었다. 이런 계기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딸과 코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딸과 코디의 분리 불안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능한 방법들에 대해 얘기 가운데 코디에게 바로 적용이 가능하고 또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시도가 바로 유치원 보내기였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치원에서 친구도 사귀고, 즐거운 놀이를 통해 훈련도 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쌓는 방법도 익힐 것이다. 당연히 뛰어 놀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으니 에너지까지 분출할 수 있으니 스트레스 해소도 가능할 것이다. 코디도 집안에서 딸만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와 활동량 부족으로 생기는 스트레스가 코디의 분리불안 원인의 60%를 차지한다고 하니 이 부분을 해결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배변훈련, 산책 훈련, 식사 훈련 등 기초적인 것들도 다시 배우면서 엄마, 그러니까 딸이 미처 알지 못했던 코디의 신체나 정신적인 건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들을 하면서 드디어 코디를 유치원에 보냈다. 





딸은 코디와 함께 유치원인 펫 스쿨(가칭)을 둘러봤다. 유치원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코디는 딸 곁에서만 맴돌았다. 평상시 딸과 함께 산책할 때에 다른 강아지들을 종종 만나는데 전혀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날, 유치원을 둘러보는 시간 동안에 여러 강아지를 만났는데 코디의 모습에는 불편함이 역력했고 다소 불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자기를 떼어 두고 갈 것임을 아는 듯했다. 


유치원 시설은 토론토 시내에서도 알려진 만큼 깨끗했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충분했다. 치료할 수 있는 공간도 준비되어 있었고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강아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녹화된 모습들을 매 시간, 보호자들에게 보내어 강아지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해 주었다. 음식도 세밀하게 준비되어 제공되고 있었고 훈련 프로그램도 적정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유치원이면 우리가 기대했던 것들이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시작 단계로 일주일에 2번을 맡기기로 했다. 그러다 환경에 익숙해지면 일주일에 3~ 4일을 맡길 수 있다고 했다.  


유치원을 돌아본 뒤, 딸은 잠시 코디와의 시간을 가졌다. 어린 아이와 마찬가지로 엄마가 자기를 떼어놓을 것을 알아챘는지 코디는 낑낑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하랴, 새로운 환경에의 도전이 코디에게는 필요한 것을.. 담당 유치원 보모에게 코디를 남겨두고 딸은 유치원을 나와 창 너머에서 한동안 지켜보았다. 이미 적응을 하고 있던 다른 강아지들은 코디를 환영하 듯 일제히 코디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조금 덩치가 큰 강아지는 적극적으로 코디 몸에 부딪히며 인사를 나누는 듯했다. 그러나 코디는 도망가 듯 다른 방향으로 총총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다른 강아지들은 코디를 따라 몰려 갔다. 이 상황들이 코디에게는 무척 버거워 보였다. 


약 10여분을 이런 식으로, 코디는 도망가고 무리들은 코디를 쫓아가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코디 혼자만 남게 되었다. 시선 처리도 못하는 듯했고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했다. 엉거주춤 서있는 코디의 모습을 지켜보던 담당 보모는 코디를 다시 강아지 무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나 코디는 무리 속에서 피신하 듯 바로 빠져나와서 담당 보모 뒤 꽁무니만 쫓아다녔다. 아이들 어렸을 적, 엄마를 떠나 어린이집에 가면 담당선생님 팔에만 안겨있던 것처럼 코디도 그랬다.


담당 보모는 창 너머서 지켜보는 딸에게 걱정 말라는 표정과 함께 가도 된다는 손짓을 했다. 약 1 시간 뒤에 코디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 파일이 유치원에서 전송되어 왔다. 동영상 속의 코디 모습은 창 너머에서 지켜보던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코디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퇴근 후, 딸이 유치원에 들어서자마자, 한 구석에서 왔다 갔다 하던 코디가 빠르게 뛰어와 품에 안겼다. 반가움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고 순식간에 얼굴은 화색이 돋았다. 참으로 예민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보모는 하루의 상황을 상세히 얘기해 주었다. 


딸과 떨어진 후, 처음 한 시간여 동안에는 계속 낑낑대며 울었다고 했다. 다른 강아지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 유치원 프로그램에 따라 간단한 운동을 하면서 딸을 찾는 듯한 행동들은 줄었다고 했다. 여전히 어색해했지만 아무것도 안 한 채 낑낑대는 것도 줄었다고 했다. 


유치원의 종합적인 소견으로, 코디의 첫날 반응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함에 며칠씩이나 걸리는데 분리 불안 장애가 있는 코디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함에 시간이 걸릴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코디는 성격적으로 온순하고 친구들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색한 것이라 그렇다고 했다. 몇 주만 지나면 코디가 딸을 안 찾을 수도 있다는 즐거운 협박도 했다. 


보모와 얘기하는 동안, 코디는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헤친 채, 딸 품에서 꿈쩍을 하지 않았다. 유치원의 하루가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눈동자는 점점 힘없이 풀어졌고 집으로 가면 바로 뻗어서 잘 듯했다. 이렇게 코디의 첫 유치원 도전은 일단락되었고 품속에서 호흡하는 코디의 숨결에서 딸은 코디의 하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딸과 코디의 하루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딸이 얼마나 코디를 사랑하는지 느꼈다. 표정 하나하나에서, 숨결에서 코디가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이해하는 것이 아기와 엄마의 관계와 같았다. 아기는 말을 못 하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엄마는 알듯이, 딸이 그러했다.    


더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코디를 위하는 것임을 딸은 안다. 당장은 코디가 안쓰럽고 코디의 버거움에 마음이 아프지만 코디의 건강한 마음을 위해 필요한 방법들은 다 해보기로 했다. 


생명체가 소중하고 생명체를 아끼는 마음은 더 소중하다. 답글을 주신 구독자의 따끔한 조언처럼, 반려견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은 반려견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고 반려견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코디의 2주 차, 3주 차의 유치원 도전 스토리는 딸과 코디에게 더없이 좋은 행복을 가져다줄 듯하다. 



[쿠키 얘기]       

보모와 얘기하는 와중에 모두가 빵 터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모가 코디에게 가벼운 운동을 시키려 하는데 간단한 명령어에도 아무런 반응을 안 해서 어려웠다 했다. 코디가 고집이 있나 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곤 집에서도 이런 반응, 행동을 보이냐고 보모는 딸에게 되물었다. 


코디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기에, 딸은 보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는데 보모와 유치원 원장은 폭소를 터트렸다. 스토리는 이러했다. 딸이 코디와 소통할 때 코디가 아기 때부터 한국말을 사용했다. 일부러 딸의 말만 알아듣도록 한국말로 소통을 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코디, 이리로 와” , “ 코디, 밥 먹자”,  “ 코디, 손!”, “코디, 뛰어” 등등 한국말만 알아듣도록 했다.

 

코디를 사무실에 데려갔을 때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 동료들이 코디가 귀여워 이름을 부르고 간단한 명령어를 해도 코디는 전혀 반응을 안 했다. 회사 동료들이 영어로 얘기했기에 코디는 못 알아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딸이 회사 동료들에게 한국말로 소통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 이후, 회사 직원들은 코디와 한국말로 대화했다. 상황이 이해가 될 것이다. ^^ 


딸이 곁에 있는 한, 코디는 회사 동료, 회사 동료들의 강아지들과 즐겁게 노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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