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노아 Mar 26. 2024

반려견 코디, 숨겨진 본능을
드러내며 마음을 흔들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코디가 애견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세 주가 흘렀다. 코디의 분리 불안 장애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혼자 집을 지키는 동안, 코디는 더 이상 예전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기다림의 의미를 습득한 듯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변화는 두려움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명언처럼, 코디와 딸 사이에 숨겨진 용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코디의 성장은 딸에게 에너지를 주고, 딸의 웃음은 더 밝아졌으며, 불안은 사라졌다. 나의 마음도 이 두 사랑스러운 존재의 변화에 감사함으로 차오른다.


코디의 유치원 생활을 지켜보면서, 그의 변화는 가히 놀랍다. 이제 그는 무리 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갔다. 마치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을 느끼되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주 1)’이라는 말처럼, 코디는 이제 무리를 이끄는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셋째 주차 마지막 날, 코디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여 모두를 놀래 켰다. 집에서도 전혀 안 했고 유치원에서도 그동안 안 했던 행동을 한 것이다. 코디가 갑자기 유치원 여기저기에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집에서 훈련이 되었기에 소변은 정해진 장소에서 봤고 유치원에서도 줄곧 잘 지켰다고 한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보모는 이 모습을 담은 CCTV 영상을 딸에게 보여주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질문을 했다. 딸은 코디의 불안 증상이라 생각했고 그 증상이 심한 것인지 되물었다. 코디의 엉뚱한 행동을 본 딸로서는 덜컥 걱정부터 되었던 것이다. 보모는 딸의 불안해하는 표정을 간파하고 차분히 안심시키며 웃으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은 코디가 적응을 너무 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모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디의 행동에 대해 설명을 이어 갔다.

“수컷들의 영역 표시와 비슷한 것입니다. 코디는 자기 영역을 용감하게 표시한 것이고 이미 암컷들을 거느리려는 행동을 합니다.”


일도 예상을 못한 설명에 딸은 웃고 말았다. 황당, 어이없음, 신기, 기특함 이 섞인 그런 웃음이었다. 설명을 들은 후에 CCTV 영상을 다시 집중하여 봤는데 코디의 행동은 의도한 것임이 보였다. 이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오줌을 싸는 강아지가, 잠시도 떨어지지 못해 그렇게 낑낑대었고, 과민성 대장 증세로 구토까지 하던 그 코디란 말인가? 측은한 마음으로 어쩌면 코디보다 더 마음 아파하던 딸의 애간장을 태웠던 그 코디란 말인가? 


세주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전혀 몰랐던 코디의 야성(?) 본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보모의 설명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주인도 모르는 본능이 어떤 순간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입질의 본능도 같은 맥락으로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렇기에 그냥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로만 보지 않고 본능이 언제든 발산될 수 있기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유심히 본다는 것이었다. 믿음이 가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코디의 행동이 다소 우월(Dominance)합니다. 여기에 들어온 지 불과 3주, 6번 정도인데 무리 중에서 유달리 눈에 뜨입니다. 수컷다운 행동에 거침이 없고 영역을 크게 그립니다”


보모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얘기를 했는데 딸은 한번 더 놀랐다. 코디가 도미넌스 하다니.. 지금도 칭얼대고 딸 곁에 붙어 다니는 자그만 강아지, 귀여운 강아지, 깨물고 싶은 강아지인데 무리 중에서 도미넌스 하다니.. 코디의 무의식에 숨겨진 우월한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딸은 이 설명을 듣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코디의 변화, 그리고 그의 숨겨진 본능이 이제는 걱정이 아닌 자랑거리가 되었다.


딸은 속으로 얘기했다. 


“이 녀석, 멋있는 구석이 있구먼”


코디의 우월한 본능 얘기,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코디의 모습은 코디에 대한 딸의 우려를 완전히 종식시킬 수 큰 주제였다. 코디에 대해서 이제는, 


우려보다는 믿음이, 

측은보다는 뿌듯함이,

아픔보다는 즐거움이,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그리고 더 깊은 사랑이 생기게 된 듯하다. 


딸의 마음이 활짝 열려, 코디와 함께 할 때 행복감이 더 커지는 듯하다. 이미 3주 전 상황을 다 잊은 듯했고 오히려 코디를 대견스러워하고 뿌듯해한다. 무리에서는 도미넌스 할지 몰라도 딸 앞에서는 영락없는 자그만 강아지 모습이나 이제는 듬직한 존재로 자리 잡는 듯하다. 그리고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는 관계보다는 동반자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 같다.   


코디처럼, 내게 딸도 그렇다. 자그마한 여자아이인줄 알았는데 부모를 떠나 먼 나라에서 혼자 자신만의 본성을 찾아 홀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나이나 외모나 성향이나 이 모든 것들로 보여지는 이면에는 그 사람만의 강인함이 아주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코디, 아픈 코디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그렇게 더 큰 어른이 되어가는 나의 사랑스런 딸...


코디의 이야기를 통해, 딸에 대한 나의 사랑도 더 깊어졌다. 그녀의 밝고 편안한 모습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한다. 아이들의 성장과 행복은 ‘사랑은 보이지 않는 꽃에 물을 주는 것(주 2)’과 같아, 나에게도 큰 기쁨을 안겨준다. 


분리 불안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에게 큰 의미를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더 성장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은 응석받이에게는 선물을 하지 않는다'는 세네카(주 3)의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나에게 얘기했다. 


"코디가 딸에게 보물이 듯, 너희들은 내게 보물이야." 


이 순간, 나는 딸과 코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코디와 딸의 관계가 나에게 던진 메시지는 매우 크며, 딸과 코디는 서로에게 지지와 사랑을 주는 존재이며, 이는 내게도 큰 힘이 된다.


코디의 우월한 본능과 그 변화의 여정은, ‘인생은 예상치 못한 여정’이라는 문구를 실현하는 듯하다. 처음에는 방어적으로 보였던 코디의 행동들이, 이제는 그의 성장 증거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여정은 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코디와 딸, 나를 포함한 우리의 관계는 서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진정한 행복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온다(주 4)’는 것을 배운다. 코디와 딸의 관계는, 단순히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 서로에 대한 끈끈한 사랑과 동반의 아름다운 예이다. 또한 코디와 딸의 이야기는 단순한 변화의 기록이 아니라, 사랑과 성장, 변화를 통해 더욱 깊어진 유대감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다. 서로 신뢰하고,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주 1)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

(주 2)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2019, 문예출판사

(주 3) 세네카, 인생철학이야기, 2017, 동서문화사

(주 4) 장제형, 나는 어떡하면 행복할 수 있는가? 2024, 미디어 숲


이전 13화 반려견 코디의 분리불안은 내게 선물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