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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Feb 27. 2024

“딸의 반려견 코디에게 분리불안장애가 생겼다”

일요일 오전, 독일에서 알고 지내던 후배 집에 혼사가 있어서 일요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브런치 시간 즈음,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느 때와 다른 시간에 전화를 한 것은 분명, 일이 생겼음이다. 걱정된 마음으로 전화받아 들었다. 


“ 아빠, 코디가 피를 토했어. 어떻게 해?”


애지중지 키우는 강아지 코디가 이른 저녁을 잘 먹은 후에 갑자기 먹은 것과 피를 토한다는 것이었다. 오후에 산책까지 잘했는데 갑자기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딸은 안절부절못했다. 피를 보고 놀란 마음에 이성적으로 대처할 생각을 못한 채 본능적으로 부모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 진정하고 찬찬히 얘기하자. 이유가 있을 것이니 다니던 병원으로 먼저 가는 게 좋겠다.”


코디는 딸과 하루도 떨어지지 않는 '딸바라기'다. 심할 정도로 딸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녀석이기에 심정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긴 했다.


아니나 다를까. 딸이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로 코디를 4일간 친구집에 맡겼다고 했다.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는 딸바라기 코디가 나흘씩이나 떨어져 있었으니 그 심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불 보듯 뻔했다. 어림짐작으로도 먹지도 않고 계속 울어댔을 테니 과민성스트레스가 아닐까 싶고 당연히 이로 인한 영양부족까지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나에게는 코디도 걱정이었지만 딸도 걱정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전화한 딸의 목소리도 안정을 찾지 못한 듯했기 때문이다. 엑스레이 촬영, 이런저런 검사와 딸과의 대화 결과를 종합하여 의사는 진단을 내렸다. 병명은 중증 ‘분리불안 장애’ 그리고 과민성 대장 증상으로 인해 속이 뒤틀려서 음식에 피까지 토한 것이라 했다. 코디가 피를 토하는 심각한 증상을 보인 것은 그의 불안이 극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 것이고 정서적 스트레스가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인간이든 강아지든 비슷하다. 어린 아가들도 부모로부터 떨어져 지내면 극도의 분리불안증상을 보이며 먹지도 못하고 계속 토하며 과민성장염에 시달리곤 한다. 정신과 신체가 함께 반응하는 것이며 신체적으로 저하되니 정신은 더욱 약해지기에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애착'과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는데 과잉애착이 빚어낸 결과로 인해서다. 안정애착의 경우 분리로 인한 불안은 없다. 과잉애착을 사랑과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인데 인간의 경우, 이런 식으로 애착형성이 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마보이'가 될 확률이 커지고 심지어 극까지 치달을 경우 '스토커'도 과잉으로부터 생겨나는 증상인 것이다.


그런데 이 병이 강아지에게도 적용이 되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딸과 강한 정서적 애착이 있다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과도하리 만큼 못 벗어난다는 것이다. 코디의 불안장애는 의사의 진단처럼 나의 진단도 중증의 수준이다. 무엇이든 과한 상태가 되면 애로 사항들이 생기게 되는데 코디의 중증 불안 장애는 딸이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았다. 


딸도 성장의 과정에서 불안 장애 경험이 있었다. 홀로 미국으로 떠나 공부를 하면서 이 증상을 겪은 적이 있기에 캐나다 이국 땅에서 홀로 생활을 계속하는 것에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애기 코디를 분양받은 후에 본능적으로 자식처럼 생각했을 것이고 무척 사랑을 줬을 것이다. 그리고 코디가 자라면서 의지도 했을 것이다. 코디도 어린 상태에서 어미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한 것이다. 어미를 떠나 혼자인 상황에서 딸의 끔찍한 사랑을 받았으니 아마도 어미 이상으로 느꼈을 것이다. 서로 교감, 공감을 마음으로 하는 상황에서 코디의 정서적 애착은 집착으로 진전이 된 듯하다.  


여기서 나는 또 절실하게 깨닫는다. 결핍보다 과잉이 항상 더 무섭다는 것을.


코디의 분리 불안 후유증을 경험했기에 다른 어떤 집에도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다. 전문 훈련을 받아서 다소의 틈, 간격을 두는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못하면 항상 코디를 데리고 다녀야 하고 이로 인한 딸의 일상 활동은 제약을 받게 된다. 


딸과 코디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지금부터 적절한 조지를 해야 한다. 딸도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딸이 해야 할 일들은 첫째, 일정한 루틴을 유지한다. 코디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산책하고 식사하는 등의 일정한 루틴을 유지한다. 


둘째, 짧은 시간 동안 집에 혼자 있게 시도해 본다. 처음에는 몇 분 동안 집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코디가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간다.


셋째, 칭찬과 보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만든다. 동물 실험에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코디가 혼자 있을 때 차분하고 안정적인 행동을 보이면, 돌아온 뒤 칭찬과 간식으로 보상해 준다.


넷째, 안정감을 주는 아이템을 활용한다. 딸의 향이 남은 옷이나 담요를 코디 옆에 두어, 딸이 없을 때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다섯째,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키고 활동하도록 한다. 코디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운동과 활동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코디를 훈련시키는 기본적인 방법도 제안을 하였다.


첫째, 사회화 훈련을 한다. 코디가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의 상호작용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사회화 훈련을 시작한다. 코디가 딸 외에도 다른 환경과 사람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둘째, 전문가 도움을 받는다. 강형욱과 같은 동물 행동 전문가나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코디의 분리 불안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과 치료를 시작한다.

셋째, 강아지 데이케어 이용을 해본다. 빅토리아가 일 때문에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할 경우, 코디를 강아지 데이케어에 맡겨본다. 코디가 다른 강아지들과 사회화할 기회를 준다. 


넷째, 딸이 코디 대하는 정도를 달리한다. 다소의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정리하면, 코디의 눈을 보고 '누나가 어디 어디 갔다가 언제까지 올 거야.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어.’라고 정확하게 얘기하고 약속을 지키고 간식을 준다. 이런 식으로 5분, 30분, 1시간 등으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훈련을 한다. 중요한 부분은, 누나가 말 한대로 반드시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며 약속을 잘 지켜준 코디에게 보상을 꼭 줘야 한다. 


기본적인 내용들이지만 시도를 해보도록 했다. 일주일 정도면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위에서 제안한 기본적인 방법으로 코디의 분리 불안 장애 치료가 잘 안 된다면 가족관계 치료에서 사용되는 ‘헤일리의 전략적 가족치료기법’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관계 변화를 위한 기본적인 과제 제안을 한 후에 딸에게 당부를 하였다. 


“ 지금의 문제는 너무 과도하게 서로를 정서적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로 인해 코디는 분리 불안이라는 병을 얻은 것이고 너는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 처해져 서로에게 불행을 초래한 것이다. 너와 코디 모두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코디의 분리 불안을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관계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 정서적인 면에서 강아지도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과의 관계와 빗대어 생각하면 해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코디에 대한 너의 애착도 조절하고 코디를 훈련시켜서 변화를 만들어 주자.”


딸도 너무도 사랑하는 코디를 위해서 ‘분리 불안 장애’ 관리를 당장 실행에 옮길 것을 약속했다. 


비록 사람과 강아지의 관계이지만 딸과 코디의 관계에서 짚고 가고 싶은 게 있다. 관계에서 균형이 무너지거나 과도할 경우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남녀 관계에서 균형이 무너져 치우친 관계가 되면 스토커가 되거나 집착이 된다. 이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너무 의존하게 되면 마마보이, 마마걸이 되는 것이고 부모가 자식에게 과도한 의존을 하게 되면 집착이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내리사랑이라는 미명하에 미성숙한 사랑이 되어 헬리콥터 부모, 과잉 사랑, 과잉 개입, 과잉 통제, 동반 의존, 과잉보호, 소유욕 등의 단어들로 표현이 되고 있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역할의 불균형이 관계의 균열을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비약이 심한 얘기 일 수 있으나 모든 것에 불균형, 과함이 생길 때는 반드시 문제가 따른다. 특히 관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관계의 불균형, 과도한 정서적 애착은 문제를 동반한다.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동반자의 관계, 서로가 보완이 되는 관계, 믿음을 바탕으로 한 신뢰 관계, 서로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관계, 그래서 균형을 이루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딸과 코디의 관계도 균형을 이루는 관계가 되게 훈련을 하기로 했다. 적절한 거리를 두어 정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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