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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Feb 21. 2024

음식 사랑, 열정의 승화

 

음식 만드는 즐거움, 먹는 만족감, 맛을 느끼는 행복감에서 살 맛이 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음식에 진심일 것이다.   


나는 20여 년 10개국에서  대기업의 법인장으로 거주하면서 거주지역말고도 세계 여러 나라들을 두루 다녀봤다. 80여개국 정도나 되는데 이렇게 거주와 출장을 다니면서 누리는 쾌락가운데 최고는 뭐니 뭐니 해도 현지식과 현지의 유명한 음식들을 맛보는 것이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고 그 음식들로 나는 행복함도 크게 느껴왔다.


귀국하자 많은 이들이 내게 묻는다. 어디 음식이 젤 맛있냐고. 나는 단연코 이태리, 터키, 멕시코 음식이라 답한다. 이런 질문은 나도 여러 번 했었다. 출장 갈 때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세계 3대 음식이 뭐냐고 질문하곤 했다.


중국 동료는 중국음식, 한국음식, 일본 음식의 순으로

태국 동료는 태국 음식, 일본 음식, 이태리 음식의 순으로

이태리 동료는 이태리 음식, 이태리 음식, 이태리 음식의 순으로 (^^)

프랑스 동료는 프랑스 음식, 이태리 음식, 일본 음식의 순으로

터키 동료는 터키 음식, 이태리 음식, 일본 음식의 순으로

그리스 동료는 그리스 음식, 이태리 음식, 일본 음식의 순으로


얘기한다. 즉, 자기 나라 음식이 세계 3대 음식 중 하나라고 힘주어 말한다. 균형 있는 평가를 위해 질문을 구글, CNN과 AI에게 해봤다. 세계 3대 음식이라 하면 어느 나라 음식들인가? 구글은 중국, 프랑스, 터키 음식이라고 답을 하고 CNN은 중국, 이태리, 프랑스라고 답을 한다. Chat GPT는 중국, 프랑스, 이태리 음식이고 CoPilot은 중국, 프랑스, 터키 음식이라고 답을 한다.


묻는 곳마다 답이 다르고 순위도 다르다. 입맛이나 조사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정답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답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나라가 있다. 중국, 이태리, 프랑스, 터키다. 4대 음식 명품 국가로 정의하면 이 국가들이 될 듯하다. 일본, 태국도 종종 등장하는데 3대 국가에 포함되기엔 부족한 모양이다. 여하튼 이들 국가들에서는 음식이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된 사랑은 없다.
– 조지 버나드 쇼 –


나의 경험에 의하면 이들 국가들의 음식 사랑은 명성에 걸맞게 남달랐다. 각 법인을 방문할 때마다 현지 동료들과 음식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는데 대화 속에서 은근히 느끼는 것이 있었다. 이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결코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특히 터키, 그리스, 이태리, 프랑스, 중국 동료들은 음식에 관한 한, 조금의 양보도 없었다.


어쩌면 일보다 열정을 다해 자부심을 꽉 부여잡고 있던 영역이 음식이었던 것 같다. 일례로, 터키에서는, 낮 시간의 업무 회의 때에 역량 부족으로 혼이 나고 존재감이 떨어졌던 한 동료는 저녁 시간의 음식 얘기에는 더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일을 이렇게 했더라면 더 성장했을 터인데'라는 아쉬움을 느낄 정도였다. 터키 동료에게 터키 음식은 세계 3대 명품 음식이 아니라고 자극을 주었다. 어찌 되었을까? 이들은 그 순간부터 흥분을 절제할 줄을 몰랐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했다. 이들이 갖고 있던 터키 음식 예찬론이 쏟아졌는데 마치 탁심 광장에서 중들에게 연설을 하는 듯했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
– 마크 트웨인 –

터키 동료들과의 저녁 식사에서 발생했던 일화가 하나 있다. 그리스 음식을 좋아했기에 식사 도중에 터키 음식을 그리스 음식과 비교했었다. 즐겁게 얘기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비록 그날 저녁 식사의 좌장이었지만 잘못된 음식 비교는 터키 동료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상당한 도전을 받아야 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리스 음식과의 비교에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녁 내내 터키 동료들은 그리스 음식을 하대하였고 심지어 프랑스 음식도 좋게 평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들의 결속을 보았었다.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이들은 공통의 생각으로 하나가 된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음식에 대한 열정이 어쩌면 조직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태리도 유사하다. 이미 갈등 해결 노하우 글에서 언급을 했지만 이태리 동료들의 음식 사랑,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월요일 오전 시간은 출근은 했지만 근무를 안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오전 내내, 이들은 지난 주말 동안의 음식 얘기를 했었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음식을 만들었는지, 어떤 식당에 갔었는지, 어떤 재료가 좋은지 등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공통적인 유흥, 여유이자 생활의 중심이었고 또 이런 음식수다 시간을 무척이나 즐겼다. 오죽했으면 월요일 출근 시간을 기다린다고 했겠는가? 이런 과정에서 개인 간의 갈등도 녹아내리고 조직 간의 소통도 원활해지는 것을 보았었다. 법인장으로서 월요일 오전 시간을 소통의 시간으로 인정을 했었고 가끔은 나도 이들의 소통에 참여했었다. 이태리 동료들의 저력을 음식에 대한 소통에서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요리의 발견이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한다
– 브리낫 사버린 -  


내가 경험한 바로는 중국, 프랑스, 태국, 인도도 다르지 않았다. 음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개인과 조직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이처럼 음식은 개인의 삶, 조직과 사회의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개인, 조직, 그 사회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이라는 단순한 생활요소는 상호 간의 이해와 공감, 나아가 결속을 도모한다


같이 음식을 먹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언제 밥이나 같이 한번 먹자.”라는 인사를 자주 한다. 음식을 같이 먹자는 말은 관계를 만들거나 이어가는 계기가 된다. 학교생활, 조직생활, 가족생활에서도 음식을 먹는 자리는 대화의 장이 된다. 안부를 전하고, 정보를 나누고, 일을 도모하기도 한다. 공식적인 시간이 부족한 경우에도 저녁에 음식을 같이 먹는 자리에서 부족한 대화를 이어가고 결론을 내게 해준다.


어려운 얘기도 음식을 먹는 자리에서 꺼내기가 쉽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포만감을 느낄 때 마음의 행복을 가져오는 때이기도 하다. 이때가 중요한 계약서, 서류를 꺼내 서명을 받거나 허락을 받기 좋을 때이다. 인간관계 회복이 필요할 때도 적절한 시점이다. 배가 부를 때 너그러워지고 느슨해진다는 말이 이런 의미 아니겠는가? 함께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도 이해와 공감, 결속을 다지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미각과 시각,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대화까지 이끌어내는 '먹는 자리'야말로 음식이 갖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음식, 음식을 먹는 것, 그리고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은 문화적 욕구이면서,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며 삶을 다채롭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음식에 더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전문 음식 분야가 있다면 삶이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
– 마크 트웨인 –



[쿠키 얘기]

1.      영어로 '맛(taste)'의 어원은 '움켜잡다'는 뜻으로 사용된 라틴어 'tastare'다. 인류의 명칭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사피엔스는 '식견이 있다'는 의미이지만, '맛보다'라는 뜻의 라틴어 '사파레(sapare)'에서 유래한 단어다.  


2.      그리스를 방문할 때마다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리스에는 중국음식집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아테네에서 중국 음식집 찾기란 쉽지 않다. 그리스인은 중국 음식을 먹을 생각을 안 할 정도로 그리스 음식을 최고로 생각한다.  


3.      미쉐린 3 스타 식당을 많이 가진 나라 기준으로는 프랑스(31), 일본(21), 미국(13), 이태리 (11) 홍콩 (7)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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