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크루즈
타이타닉! 우리는 타이타닉의 슬픈 사랑과 잔인했던 실화도 기억하지만 그런 환상적인 크루즈도 한번쯤 꿈꾼다. 크루즈의 멋진 선상파티는 마치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에 날 빠뜨린다. 턱시도와 드레스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도 멋진 옷을 갖추고 화려한 정찬식 앞에서 순서대로 나열된 나이프와 포크로 우아한 식사를 즐기는... 정말 환상적인 파티 여행인 크루즈.
여러 나라에서 법인장으로 지낸 덕에 나에겐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숱한 기회들이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독일 근무시절 경험한 크루즈 여행이다. 연말연휴기간을 활용해 가족들과 같이 나선 크루즈여행. 일반 여행과는 달리 여행기간도 길고 준비할 것도 많고 경비도 만만치 않았던지라 살짝 부담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가려는 의지는 막을 수 없었다.
오늘 이 지면을 통해 혹 크루즈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담은 팁!을 몇가지 적어보려 한다.
유럽에는 다양한 루트의 크루즈 여행이 있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루트, 북유럽의 발트해를 중심으로 한 루트 등 여러 선택들이 있었다. 지중해와 발트해 크루즈 여행, 둘 다 좋은 여정이고, 게다가 느낌이 서로 다르기에 두 코스를 다 체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유럽 근무 기간 동안 이 두 코스를 경험해보기로 과제 리스트에 담아 두었다.
연말, 나와 가족의 선택은, 추위를 피해 따뜻함이 있는 지중해 코스였고 內지중해 보다는 外지중해 코스를 선택했다. 12박 13일 코스로, 이태리 제노바에서 출발하여 이태리 사보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말라가, 포르투갈 푼찰, 스페인 카나리군도와 라스팔마스, 모로코 카사블랑카, 이태리 로마를 거쳐 제노바로 귀항하는 여정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를 몰아 이태리 제노바에 도착한 후, 시내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MSC 크루즈가 쉬고 있는 항구에 도착했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정박해 있는 배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큰 덩치에 그냥 기가 눌러져 버렸다. 배의 꼭대기를 보려면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혀 올려봐야 했다.
준비와 안내는 잘되어 있었고 절차를 몰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정해진 객실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여행 가방들은 컨시어즈 직원들이 각 방으로 배달해준다는 안내를 받았다. 탑승 수속을 마친 후, 승선하였고 곧바로 선박 투어를 했다. 배 구석구석을 설명하는 책자가 있었기에 찾아다니기에도 어렵지 않았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곳은 비상 상황을 고려한 병원이었다. 먼저 병원의 위치를 확인하고 곧바로 꼭대기 루프탑 놀이정원으로 올라갔다. 사진으로 봤던 농구장, 탁구장, 게임장을 비롯하여 수영장 등 야외활동이 가능한 시설들이 깨끗하게 손님맞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층 한층 내려가면서 동선 파악을 했고 바닥 층까지 탐험을 했다. 선내 엘리베이터가 13층까지 있었고 탑승하는 인원이 직원 포함하여 2,000명이 넘는다 했던 기억이 난다. 무척 큰 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 대형 크루즈 선박에 대한 자발적 약식 투어를 마무리하고 객실로 돌아가니 짐 가방이 배달되어 있었다. 우리의 짐 가방은 3개였지만 12박 여정,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다 넣기엔 부족했다. 사전 준비 사항들에 대한 정보는 이미 친절하게 받은 터라, 가이드 대로 준비하려니 많은 물품들이 필요했었다. 탑승 예정자들에게 보내온 안내문에는 12박 일정 동안 진행되는 이벤트, 야외 활동, 국가별 투어 등에 대한 설명과 기본적으로 필요한 준비물에 대한 가이드가 있었다.
- 12박 여정 동안 4번의 선장 주최 공식만찬, 4번의 비즈니스 케쥬얼 만찬, 4번의 자유 만찬
. 선장 주관 공식 만찬 드레스 코드 : 이브닝드레스(여), 턱시도 혹은 정장(남)
. 만찬 입장 전 포토 촬영
- 경유지別 관광 : 최소 10시간 동안 자유롭게 관광. 도착지別 관광 프로그램 별도 구매
- 선상 프로그램 : 매일 저녁 클래식 공연, 콘서트, 퍼포먼스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 아침 06:00부터 초저녁 18:00까지 운동, 조깅, 수영, 사우나 가능
- 카지노 : 24시간 운영
- 알코올 : 선내 각 매장에서 쿠폰북 구매 후 사용
실용적이고 핵심 중심의 가이드였다. 도착한 첫날, 가이드 팸플릿은 한번 더 배포되었고 가이드를 따라 이것저것 해보면서 첫날의 들뜬 분위기를 살려 매머드 한 크루즈 선박에서 즐겁게 보냈다. 뷔페 음식도 충분히 훌륭했고 저녁 만찬의 음식과 서비스는 호텔급 수준이었다. 석식 후의 클래식 콘서트 공연도 가족들이 즐기기에 충분히 품격이 있었다. 클래식 공연이 좋아서 당일 저녁 2차 공연도 참석할 정도였다. 아이들은 금방 친구들을 사귀었고 아이들을 통해 유럽에서 온 여러 가족들과도 사귈 수 있었다.
크루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자는 동안 다음 여행지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내가 운전을 할 필요도, 여정을 판단할 필요도 없이 기항지에서 배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즐기며 자고 일어나면 다음 기항지에 도착해있다. 그래서인지 기존 여행보다 덜 피곤하다. 나이가 들었거나 아이들이 있는 경우 크루즈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고 나 역시 적극 추천하고자 한다.
국내에서 유럽쪽 크루즈를 이용해야 할 경우 유럽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이 속상하지만, 우리나라 크루즈 시장도 커지고 동남아를 묶어서 진행한다면 유럽으로 날아갈 필요없이 한국에서도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때가 곧 오길 기대해 본다.
12박의 크루즈 여행 동안 경험했던 알찬 내용들이 많지만 중략하고, 알아두면 좋을 크루즈 여행의 팁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 만찬 준비를 잘하여 즐기자. 만찬은 3종류로 나뉜다. 선장이 주최하는 공식 만찬, 비즈니스 케쥬얼 만찬, 자유 만찬이 있다. 크루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선장이 주최하는 만찬이라 하겠다. 이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선 드레스코드를 준수해야 한다. 이브닝드레스, 턱시도, 신발, 액세서리 등을 갖추는 것이 좋다. 아이들도 드레스 혹은 정장 차림이 필요하니 예외가 아니다. 모든 가족, 연인들이 이 만찬을 위해 한껏 뽐을 낸다. 만찬 시작 전에 샴페인 타임이 있어서 다른 가족들과 밍글 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때 새로 알게 된 가족끼리 더욱 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같이 사진 촬영을 하면서 추억을 만든다. 만찬 장소에 입장을 하면서 모든 가족들은 포토 타임을 갖는다. 포토존에서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을 사진에 담고 가족사진은 중요한 추억의 기록이 된다.
. 저녁 만찬 테이블은 지정 좌석이니 필히 편한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이블은 선상에서 첫날 저녁에 알려주는데 4인용, 8인용, 12인용 중에 자리하게 된다. 우리 가족은 운이 좋게 바다가 보이는 창가 4인용 테이블에 배치되어 12박 저녁을 불편함이 없이 경치를 구경하면서 즐길 수 있었다. 12인용 테이블에 배치된 가족들은 매일 저녁 다른 가족들과 같이 해야 했고 테이블 위치가 중앙이라 다소 번잡하다. 저녁 자리를 편안하게 보내려면 4인용 혹은 6인용 테이블이 좋기에, 사전에 크루즈 데스크에 요청하여 미리 확보하는 것을 권장한다.
. 만찬을 서빙하는 직원들도 테이블별 고정이다. 같은 사람이 서빙을 해주기에 첫날 저녁부터 관계를 터는 것이 좋다. 숙련되고 친절한 직원들이라 만찬 동안 필요한 것들을 요청하면 곧바로 대응을 해준다. 선상에서도 팁 문화가 있기에 첫날 미리 팁을 준다면 좋은 서빙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와인잔이 비지 않도록 수시로 채워주고 준비된 와인 중에서 고급 와인을 서빙해 준다.
. 저녁 타임이 2개가 있다. 이른 저녁 식사(6시 ~ 8시)와 늦은 저녁 식사 (8시 ~ 10시)의 선택이 있다. 이 또한 한번 정하면 고정되니 생활 리듬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북유럽 사람들은 이른 저녁을 선택하고 남부 유럽 사람들은 늦은 저녁을 선택한다. 평상시 생활리듬대로 선택을 하는 듯하다. 우리는 북유럽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이른 저녁을 선택했고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 선상 저녁 공연은 북유럽 사람들과 같이 보는 것이 좋다. 일례로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려면 클래식 공연 매너를 잘 지키는 북유럽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이 좋다. 이러려면 이른 저녁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 클래식 공연이 좋아서 같은 공연을 두 번 본 적이 있다. 이른 저녁, 북유럽 사람들이 참석한 클래식 공연은 조금의 소음도 없는 고요 속에서 진행이 되었다. 그만큼 전달되는 음악적 선율이 선명했었다.
마음에 울림이 생겨, 2부 공연을 다시 찾았고 늦은 식사를 마친 남유럽 사람들과 같이 했다. 그러나 똑같은 클래식 공연이었는데 객석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공연무대 가까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이를 내버려 두는 부모들, 소란스럽게 대화하는 관객들, 남부 유럽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그대로 옮겨진 공연이었다. 나와 가족들은 2부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가 없었다. 반면, 북부 유럽 사람들은 클래식 공연에 아이들을 선내 유치원에 두고 왔다. 공연에 대한 예를 갖추고 차분히 감상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의 생활에 베여 있는 에티켓이었다.
. 사진 촬영을 즐기는 것을 권장한다. 선상, 선내, 일출, 일몰, 밤 파도, 만찬 등 부지런만 하면 무척 좋은 내용의 순간들을 담을 수 있다. 이 기록들은 좋은 추억의 연결고리가 될 듯하다.
. 도착지 투어 프로그램은 선상에서 미리 구매하고 즐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검증된 내용이고, 선호하는 내용들이기에 도착지에서 찾아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알찬 내용이다.
. 틈틈이 선상 루프탑에 있는 놀이정원을 맘껏 즐겨야 한다. 수영장, 사우나, 조깅트랙, 선텐, 독서 등을 오염이 없는 신선한 공기, 맑은 햇살과 함께 즐기는 만족감이 높다.
인생을 살아감에 할 것들은 꽤 많다. 그러나 120세 시대를 살아도 분명 다 못할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좋은 꺼리들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부지런하여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해 보려 한다. 여행은 그중에 하나의 테마이다. 여행도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유럽대륙,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한, 3대 크루즈는 해보고 싶다. 그리고 기억과 글에 그 소감을 새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