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시작되는 시점, 5월 초에 자칭 ‘이태리 털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뜻 맞는 친구 6명이서 이태리에 왔다. 첫 기착지는 로마, 그 유명한 로마에 다시 왔다. 나는 이미 로마를 10회 이상 다녀왔다. 이태리 법인장 재직 중에 가족과 3회, 지점 방문과 연결하여 모두 10여회 이상 다녀온 곳이다.
많이 다녔구나라고 질문을 할 수 있으나, 로마는 결코 몇 번에 이해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기에 10여 회의 방문도 부족할 수 있을 듯하다. 유적지 한 곳과 그곳의 작품만 감상하더라도 반나절의 시간이 필요하니 최소 50여 곳 유적지만 보려 해도 25여 일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알수록, 이해할수록 로마의 스토리에 빠지게 되니 10여 회의 방문도 턱없이 부족하다 할 수 있다.
로마가 매력적임을 아는 듯, 로마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관광하기엔 최적의 시즌이다. 한중일의 아시아 지역, 미캐의 북미지역, 브아칠의 남미지역, 스노핀의 북유럽지역 그리고 뜨거운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모여들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카페, 아이스크림가게, 호텔, 여행사, 택시 등 관광객 특수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여기에 이 특수와 함께하는 특이한 한 분야가 있다. 이 분야는 시즌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보이지만 시즌이 절정에 이르러 관광객이 늘수록 더 바빠진다. 바로 소매치기 분야이다.이 분야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집시들의 전문 영역이었다. 로마 소매치기는 집시들 라이프와 접목되어 길거리에서 다양한 행태의 전문기술로 시연되면서 이들만의 방식으로 발전되었다. 소매치기의 역사도 제법 된다. 그런데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집시보다 전문꾼들이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고 활동량도 과거보다 많다. 팀으로 움직이며 수법도 더 정밀해지고 있다. 웬만큼 경계하지 않으면, 사실 웬만큼 경계를 해도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당한다.
우리들 사는 세상이 빠르게 진화를 하니, 우리 삶 주변의 것들도 빠르게 진화하는 듯하다. 사기는 더 교묘, 대범해지고, 소매치기도 수법이 고단수가 되어 간다. 이런 일들이 여행지에서 잦게 발생하면 의심 지수도, 예민 정도도 높아질 듯하다. 여행은 피곤한 도전이 되는 것이고...
다만, 사람들 살아가는 방식이라 생각하면 간단해질 수 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하지 못할 것이면 그것대로 즐기는 것이 방법이 듯, 이러한 에피소드가 여행의 일부라면 이 또한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재미가 될지도 모르겠다. 돈을 내고 스트레스받으면서 즐기는 방탈출 게임처럼…
이태리가 다 이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길 당부드린다. 이태리는 꼭 다녀와야 할 나라이고, 역사의 현장이고, 문화의 아이콘이다. 공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