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 시리즈 - 下편
화장품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을 하고 있는 진짜 평범하고 아침잠도 되게 많은 직장인입니다. 저는 인스타그램에 ‘출근 전 책 읽기’라는 키워드로 인증 사진을 거의 매일 올리고 있어요. 이 활동을 하기 전에는 정말 다른 생활을 했었어요. 제가 경기도에 살고 회사는 강남이거든요..
Yam: 헉
유어님: 출퇴근 버스 타기도 힘들고, 출근 자체가 곤욕이고..
제가 긴 출퇴근 시간에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덜 힘들었을 거예요. 원래 저는 서울에서 쭉 자취 생활을 했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결혼하게 되면서 경기도로 내려오게 되었고 광역 버스로 출퇴근하기 시작한 거예요. 출근한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고 항상 부랴부랴 나가게 되더라고요.
한창 겨울 때는 눈떠서 출근하면 엄청 어두컴컴한 밤이고, 이런 것도 너무 서러운 거예요. 게다가 마침 회사가 조직개편이 되어 4명이던 팀에서 갑자기 혼자 남게 된 거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은 엄청 많이 쌓이고 야근이 엄청 많았어요. 그렇게 회사에서 온 에너지를 다 쓰고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는 사람이었어요.
“원래 저는 스스로 성장 욕구가 있는지 이것 저것 하는 걸 되게 좋아했던 사람이었어요.”
결혼하기 전에도 4년 동안 독서 모임을 했었고 이것저것 취미활동도 많이 하고 좋아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물리적인 시간이 전보다 줄어든 기분이라 나만의 시간을 길게 갖지 못하는 게 되게 아쉬워요. 아무래도 혼자 살다가 집에 남편이라는 존재가 딱 생기다 보니까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일단 작년에는 결혼 준비 하면서 이것저것 시간을 보냈고, 그래도 올해는 다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것 저것 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책을 읽어야겠다! 였어요.”
아, 그렇다고 제가 책을 엄청 좋아하는 건 또 아니에요.(웃음) 근데 꼭 옆에 책을 두고 찾아 읽는 스타일이에요. 요즘에 경제에 관심이 많아서 마인드도 그렇고 경제도 책으로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책 읽기를 가장 큰 목표로 뒀어요. 근데 퇴근하고 나면은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고 자려고 하면 ‘오늘 나 뭐했지’, ‘오늘 이것도 못 했다’, ‘오늘 읽기로 한 거 못 읽었다.’ 이러면서 또 자게 되는 거예요. 괜히 또 남편한테 툴툴거리고.. 음 그러면서 점차 변화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아침 생활을 올 초부터 시작해서 이어오고 있는데 원래는 한 30분 정도 빨리 일어났었어요.
“이게 성공한 날도 있고 실패한 날도 있고 반복이 되다가 이 시간이 되게 좋더라고요 저는?”
항상 남편은 먼저 출근하고 혼자 있는 시간도 좋고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데 노래 스피커로 크게 틀어요. 아침도 원래 회사에서 먹었는데 집에서 커피 내려놓고 빵 같은 거 먹으면서 요즘에 또 해도 빨리 뜨니까 햇살 맞으면서 책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이런 좋은 시간을 스스로 확보하려고 일어나는 것 같아요.
Yam: 듣기만 해도 살짝 행복해지는 시간..
유어: 이러고 이제 회사가면 쩔어가주구..(웃음)
회사는 여전히 너무너무 바쁘고 근데 이제 큰 캠페인을 맡게 됐어요! 스스로 만족하게 되는 캠페인을 만들자 하고 악바리처럼 하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Yam: 화이팅..!
유어: 화이팅..!
책의 영향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저는 ‘아 나 미라클 모닝 해야지’, ‘나 아침형 인간 해야지’하고 활동한 게 아니고 ‘나는 책을 읽어야지.’ 여기서부터 시작이 됐어요. '아침에 미라클 모닝? 나랑 진짜 안 맞아. 왜 아침에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었어요. 굳이 왜? 나는 저녁 시간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아침에 졸린 눈으로 바빠죽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작년 11월에 결혼하고 12월에 삶이 안정되면서 12월에 책을 두 권 읽었어요. 하나가 "원씽"이라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에요. 둘 다 유명한 책이죠. 제가 올해 목표를 책 읽기로 정했다고 했잖아요. 보통 우리는 목표 잡을 때 일 년에 독서 책 50권 읽기 이렇게 정하곤 하는데 저는 그렇게 말고 정체성을 바꾸라고 말해요. 나는 뭐뭐 하기가 아니라 예를 들면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야. 나는 퇴근을 하고 아무리 야근하고 힘들어도 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이야. 이런 식으로 자기의 정체성을 바꿔버리는 거죠? 이미 된 것마냥? 그렇게 생각하니까. ‘어 나 책 읽는 사람인데 왜 책을 안 읽지?’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제가 습관 책 여러 개 읽어봤는데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제일 추천해요. 그래서 저는 올해 목표도 정체성을 바꿔버리는 식으로 다 적어봤어요! 또 그렇게 적어두니까 스스로 시각화가 되는 거예요. 그려지는 거 있죠. 제 모습이.
“책을 읽는 멋진 내 모습~” 이렇게요.
아침 시간이라는 걸 선택하게 된 이유는 "원씽"이라는 책의 영향이 컸던 것 같은데, 단 하나의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시간을 확보하라고 말을 해요. 제가 아까 말했듯이 퇴근하고 나서 시간은 있어도 에너지가 없으니까. 그리고 제가 뭘 하려 해도 갑자기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잖아요.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보니까 불쑥 치고 들어오는 상황을 예측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까 내 에너지가 항상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은 언제든 비슷하게나마 유지할 수 있고 스스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아침 시간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근을 위해서 저는 6시 50분, 7시에 일어나면 돼요. 처음에는 6시 25분 30분 이쯤 일어났어요. 이것도 일어나기 힘들더라고요. 옷 다입고 준비 다 마치고 준비를 다 하고 책을 읽었어요. 불안하니까. 그때부터 책 읽고 시간 되면 출근하고 그랬어요. 이 시간이 좋으니까 시간을 5분 10분 늘리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6시에 알람 맞춰 놓고 일어나는 건 6시 5분에서 10분 이렇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머리가 복잡한 상황을 15분 요가를 하고 책을 읽거나 하는 시간을 보내요.
금요일도 사실 못 일어났어요. 출근길에 책 읽기를 맨날 한다고 하지만 진짜 너무 피곤하고 이게 쌓이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못 일어날 때도 있어요. 그치만 제가 이걸 하루 안 하게 될지라도 나는 그다음 날 다시 일어나게 될 걸 아니까. 그 시간이 이제 내가 좋아졌음을 아니까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하자 이렇게 되더라고요. 안 할 수 있지만은 다시 하는 그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Yam: 꺾여도 하는 마음..
네.. 졸리지만 다시 하는 마음(웃음) 제가 한 지 엄청 오래되고 막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스스로는 되게 만족하고 있어요. 그냥 번쩍번쩍 눈 떠지고. 최근에도 야근 많이 했었는데 그런데도 잘 일어나니까 남편이 왜 이렇게 잘 일어나냐고 반복적으로 묻더라고요.(웃음)
체력은 잘 안 되지만 저 자신한테 만족하게 되는 것 같아요. 퇴근하고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 해도 그래도 '나 아침에 이거 했지~ 오늘 좋아하는 시간 보냈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공원에 그냥 앉아있는데 바람 너무 좋고 날씨 너무 좋고 그럴 때 있죠. 아시죠. 그런 느낌을 아침에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데. 보통 사람들이 일어나는 게 잘 안되면은 아 나 이거 안 되는 것 같아 하고 바로 끝나거든요? 저도 되게 그랬었는데. 근데 그냥 '그래도 내일 다시 해보자.' 이런 게 반복이 되면 몸에서 이제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얌: 뭔가 위로가 되네요..
어떻게 사람이 한순간에 변해요 ~~!
하루를 제가 좋아하는 시간으로 시작한다는 것, 제가 좋아하는 시간을 제가 만들어 낸 것 같아요.
네. 저는 지금 50분 정도 평균적으로 하는데 시간을 더 늘리고 싶어요.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 자체가 그냥 부담인 것 같아요(웃음) 그냥 아침에 10분만 보내도 정말 좋을 것 같은..?
아침에 10분 정말 좋아하는 걸 하기. 그러면 아침의 그 시간이 좋아지실 거예요.
출근 전 책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으로 정해버려서 좀 애매해진 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만간 아침에 책 읽기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틀에서 벗어나야지 그만두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못하는 순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항상 해요. 그게 관성으로 굳어지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다 보니까 좋았던 순간을 생각하면서 초심을 잡아야겠다고 항상 생각해요.
어느 날 우연히 아침에 눈이 떠졌어요. 기왕 일찍 눈 뜬 김에 일어나볼까 해서 이른 일상을 시작해 봤는데 좋더라고요.
저도 지금 이 아침 활동이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겠어요. 일하는 환경이나 시간이 바뀌면 또 달라질지 모르죠. 지금 저는 대만에 파견차 나와서 일을 하고 있어요. 조만간 한국으로 들어가 본사에서 근무를 이어가게 될 것 같아요. 대만에서는 혼자 자취 생활을 하고 있어서 더욱 제 의지로 아침을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본가에서 생활한다면 또다시 새롭게 습관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저는 아침에 무얼 하는지가 중요한 거 같더라고요. 아침 시간에 저는 팟캐스트를 듣거나 클래스 101을 들어요. (제가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사진 관련한 클래스를 듣고 있어요.)
*클래스 101: 사람들이 유료로 원하는 것을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이다.
아니면 아침을 나가서 사온달까. 제가 좋아하는 사진에 관한 것이나 먹는 것을 아침을 통해서 하는거죠. 아침에 일어나야 할 이유를 주는 게 방법이 될 것 같아요. 따뜻한 두유와 사오룽바오를 아침에 먹어요. 그리고 총좌빙? 이렇게 먹으면 배 터져요.
*총좌빙: 대만식 호떡이라고 한다.
아침부터 배 터지는 기분 썩 나쁘지 않아요.
어제는 햄버거 두 개 먹었어요. 밀크티까지 이렇게 시키면 9000원이에요. 이게 아침의 소소한 재미랄까. 원래는 출근 한 시간 전에 일어나 아침도 못 먹고 바로 출근했거든요. 그래서 그게 참 좋아요. 근데 또 안 좋은 점도 있어요. 약간 강박이 생긴 것 같아요. 일찍 일어나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최근에 쉬는 날에 아침에 눈 떴는데 6시 40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가 이 시간에 밖에 나가본 적이 있나' 해서 밖으로 나가봤어요. 그렇게 걷다가 걷다가 산까지 오르게 됐잖아요?
YAM: 좋았어요?
음 생각보다 빼어나게 좋은 건 없었는데 못 보던 광경을 봤어요. 그중 하나가 대만에서는 아침에 가게마다 샌드위치를 내놓고 팔더라고요. 근데 그게 우리나라 돈으로 800원쯤 해요. 그런 게 좀 귀여웠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고 들어와서 낮잠 잔 것도 좋았어요. 아침에 분주한 모습이 되게 귀엽더라고요. 아기자기해요. 대만에서는 아침을 사서 출근하고 회사에서 다같이 먹는 문화가 있어요. 9시에 출근이면 출근해서 9시부터 9시반까지가 아침시간이에요. 그래서 그때는 다 같이 아침을 먹는 거죠. 그게 참 귀엽지 않나요.
사실 싼값에 밥 먹는 게, 그게 참 좋아요 (웃음)
몇천 원에 깔끔하고 배부르게 해결하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한국에 가면 제가 9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데 출근 시간이 1시간 반 걸려서 아침 시간을 활용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아침에는 일어나게 되겠지만 그 아침을 누릴 수 없다면 그건 아침형 인간이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려면 5시반 쯤 일어나서 활동을 하면 그건 아침형 인간이긴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혼자 살지만 집으로 돌아가 본가에서 살게 되면 내가 나만 생각하며 아침을 즐길 수는 없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출근 시간에 빠듯하게 일어나진 않을 것 같아요.
아침의 즐거움을 알고 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