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M Jul 03. 2023

8년차 채식주의자

홀린씨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확히 말하면 저는 비건이 아닌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에요. 제가 채식을 하는 이유는 첫째로는 건강, 두 번째가 동물 보호를 위함이에요.

*비건: 채식주의자의 단계 중 하나인 완전 채식주의자를 뜻하며 육식을 모두 거부하고 식물성 제품만을 먹는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채식주의자의 단계 중 하나로 유제품, 달걀, 생선까지 섭취하는 준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였어요. 저는 학교 가는 날이면 항상 배가 아프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심했어요. 저는 이 문제가 제 일상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원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 도서관을 찾아갔어요. 거기서 저는 '하비 다이아몬드 교수의 fit for life' 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그 뒤로 저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었어요. 저는 그 책을 아빠에게 추천했고 그걸 읽은 아빠도 저와 같은 베지테리언으로 지낸지 7년이 되었어요.


책 제목은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인데요, 그 중 육류 소비와 유제품 소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부추겨졌는지 설명하는 대목이 정말 재미있어요. 그동안 저는 고기와 우유가 '맛있어서' 먹는 줄 알았는데, '맛있다'는 생각이 어떻게 형성된 건지를 알게 되었거든요.


YAM: 많은 베지테리언 종류 중에서 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었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단순히 책에서 고기에 대한 내용만 읽고 생선에 대한 내용을 못 읽어서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된 것 같아요. 하비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여러 책에 더 자세한 내용이 있긴 한데 게으른 탓에 아직도 다 못 읽었어요. 앞으로 다 읽어보고 싶어요.





채식을 실천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삼겹살 집에 회식을 갈 때가 가장 힘들어요. 같이 간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하며 옆에서 된장국과 밥만 먹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저번엔 다같이 놀러갔는데 마땅히 먹을 곳이 많지가 않아서 다들 핫도그를 먹었어요. 너무 배고프고, 신나기도 해서 유독 핫도그가 너무 먹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엔 핫도그 뿐 아니라 만두, 햄버거, 깐풍기도 웬만하면 비건으로 잘 나와서 육류 음식에 대한 갈증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꽤 괜찮아요.





채식을 하기 전과 후의 변화가 있나요?


아빠가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완전히 바닥으로 줄어들었어요. 지난 20년 동안 건강을 위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오셨거든요. 베지테리언이 된 지 몇 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되어 버린 거죠. 동시에 살도 빠지고, 뱃살도 절대 안 생기고요.


저는 학교 갈 때마다 배가 아픈 원인에 스트레스, 식단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베지테리언이 되고 난 뒤에는 배가 아픈 횟수가 현저히 줄었어요.

정서적인 변화로는, 눈물을 흘리며 도살 당하던 소의 비참함을 더이상 내 몸에 섭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저에게 주는 편안함이 있어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단을 먹을 때 그런 안도감이 들어요. 그게 참 좋아요.


"나로 인해 아픈 존재들은 없겠구나. 다행이다"




채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나요?


고양이와 강아지, 돼지, 소, 닭은 동물이라는 점에서 같고, 그들과 사람은 생명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생각해요. 그들도 도살 당할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하잖아요. 자기가 죽임을 당한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원시 시대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여서 먹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이 시대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비건을 실천하면 정확히 어디에 얼만큼 기여할 수 있는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밥을 입에 넣는 그 순간에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어쨋든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요. 동물의 희생 없이도 맛있는 밥을 평생동안 먹을 수 있다는 걸요! 저 때문에 걔네가 슬퍼지는 건 싫어요.


"당장 회사에서 팀장님이 저를 괴롭히는 게 제가 힘든 것처럼요."

Yam: 원래 저는 채식주의자에 대해 들여다보려하지 않았어요. 저는 고기를 무척 사랑하거든요... 비건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자신의 의지로 실천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것조차 강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쉽게 비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채식의 실천만을 권유하거나 강요하는 건 그렇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왜 좋은지를 먼저 이야기해주는 홀린 덕분에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강요로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게 좋네요.

이전 09화 아침을 사랑하는 사람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