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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씨앙쿠앙,돌항아리 미스터리가 있는 곳

미스테리한 장소를 찾아서

세상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장소들이 존재한다. 페루의 나스카 문양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장소들은 각종 TV 다큐멘터리에도 자주 등장하고, 워낙 유명해서 모두 한번즘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라오스에서도 이런 장소가 있다.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들지는 않지만, 적어도 ‘세계 50대 미스터리’ 안에는 들어갈 법한 그런 곳이다. 라오스는 한국인들에게는 2025년 '꽃보다 청춘' 이라는 예능 이후 배낭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인식되지만, 그곳에도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신비의 장소가 있다는 것은 일부 여행자들을 매혹하게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시앙쿠앙(Xieng Khuan)의 돌 항아리 평원이다. 폰사원(Phonsavan)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평원에 다양한 크기의 돌 항아리가 무수히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1km의 고원지대에 수천 개의 돌 항아리가 흩어져 있으며 가장 큰 것은 무게가 15톤에 달하고 지름 3m, 높이 3.25m 로 성인 6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주변 산과 동굴에서 채취한 사암을 깎아서 만들었으며 약 3,500년 전에서 2,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돌 항아리의 수는 4,000개 이상. 만들어진 시기나 목적은 여전히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세계의 많은 유적지들이 그렇듯 이곳도 프랑스 식민지 시절 고고학자가 여기를 연구를 했다. 고대의 곡식 저장소였다는 설, 사람이 죽었을 때 묻었던 관이라는 설, 술을 저장했다는 설, 심지어 미스터리에 항상 등장하는 외계인이 남긴 흔적이라는 가설까지도 존재한다. 내 생각엔 곡식 저장소였다는 쪽이 가장 설득력 있지만,아직까지도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씨앙쿠앙  12.JPG 엄청난 크기의 돌항아리들. 누가 대체 왜 만들었을까?



라오스의 세 번째 세계문화유산

라오스에는 원래 2개의 세계문화유산이 있었는데, 루앙프라방 역사 문화 도시와 남쪽의 짬빠싹이라는 도시의 고대 앙코르 문화 유적지이다. 예전에 라오스에서 지낼때 만약 유적지가 1군데 추가된다면 그곳은 아마도 씨앙쿠앙의 돌 항아리 사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201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 자체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재단의 재정지원이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라오스처럼 저개발국가의 경우 문화유산에 투입할 예산이나 기술이 부족한데 프랑스 등 선진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확실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곳과 아닌 곳이 차이가 나는데,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기 때문이다.


시앙쿠앙은 그저 신비로운 돌 유적으로만 기억되기엔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이 지역은 베트남 전쟁 당시 수많은 폭격을 맞은 지역 중 하나였다. 미군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9년간 이 지역에 300만 톤 이상의 폭탄을 퍼부었다고 한다. 통계로 환산하면 8분마다 한 번씩 폭격이 있었다는 계산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수많은 불발탄이 남아 있어, 지정된 구역 밖을 벗어나는 것은 금지된다. 현재도 수많은 NGO가 제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시앙쿠앙에 인접한 무안쿤(Muang Khoun)이라는 도시에는 원래 루앙프라방에 맞먹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원들이 즐비했지만, 전쟁 중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내가 방문한 한 사원은 부처의 머리 부분이 폭격에 의해 무너졌고, 지금은 어설프게 복원을 해놓았지만 그 미소가 왠지 슬프게 보인다. 부처님도 나와 같은 심정이겠지.

씨앙쿠앙  16.JPG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마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불상. 부처님의 모습이 애달프게 보인다.



미스터리는 미스터리로..

이곳을 찾으려면 시간을 내야 한다. 라오스를 처음 방문할때는 힘들 수도 있지만 두번째 방문에 찾아가기가 좋다. 처음 라오스를 여행할 땐 아무래도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주요 도시들만 훑고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두 번째 방문때 오기 좋다. 시앙쿠앙은 좀 더 외진 곳에 있어 비엔티안에서도, 루앙프라방에서도 꽤 멀다. 버스로는 저렴하지만 1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허리도 아프고 고생스럽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하지 않다면 비행기를 타보자. 수도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12인승 소형 경비행기이다. 지금까지 수백번 비행기를 타본 것 같은데 12인승은 또 처음이다. 운전석이 바로 앞에 보인다. 10만원 남짓으로 결코 싼 금액은 아니였지만 이색 경험을 해본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미스터리로 남았던 것들이 하나씩 풀려지는 것들이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외계인이 지었다는 등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인근 지역에서 나일강의 물살을 이용해서 돌을 가져오고 인부들 또한 노예가 아니라 평민들이였다는 사실이 어느정도 밝혀졌다. 당시 사용했던 채석장도 발견이 되었다. 반면에 페루의 나스카 문양처럼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다.


시앙쿠앙의 돌 항아리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정답이 없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고, 그 상상이야말로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천년 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거대한 항아리들을 보면 왠지 숙연해지기도 한다. 이곳에 온다면 조심스럽게 돌 항아리 안에 들어가보자. 그 안에서 당신만의 해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s-위양싸이  26.JPG 수도 비엔티안에서 씨앙쿠앙으로 가는 경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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