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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튜브 하지 마세요. 가성비 최악입니다.

나도 여행유튜브나 해볼까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여행 유튜버 사례가 있다. 바로 Cullen이라는 한국 남성 태국 유튜버다. 그는 무려 3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Cullen의 콘텐츠는 단순하다. 우선 성조를 무시한 어설픈 태국어와 잘생긴 외모가 간판이다. 그는 다른 훈훈하게 생긴 한국 남성 2명과 태국 곳곳을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기는 태국 현지에서도 엄청나다. 최대 통신사 AIS 광고 모델로 발탁되었고, 가장 큰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 광고까지 찍었다.

국내 유튜버 중에서는 빠니보틀이나 곽튜브가 유명하다. 특히 빠니보틀은 몇천만 원의 적은 돈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돈이 다 떨어지면서 유튜버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갑자기 뜨게 된 경우이다. 지금은 250만 명이라는 엄청난 시청자를 가진 국내 대표 여행 유튜버이다. 이 정도면 가히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중형급 여행 유튜버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트립콤파니’는 약 36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로, 엄청나게 크진 않지만 세계 각지를 다니며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이 밖에도 구독자 10만 명, 5만 명 수준의 여행 유튜버들이 꽤 많다. 흥미로운 점은, 유튜버가 구독자 5만 명만 되어도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나도 스트레스받는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 유튜브를 해볼까? 빠니보틀처럼 여행 다니면서 돈도 벌고, 남의 눈치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퇴사를 당당히 하는 것부터 유튜브영상은 시작된다. 사직서를 내면서 나는 이제 자유다. 나는 이제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각종 장비를 산다. 장비값만 수백만 원이지만 뭐 앞으로 계속 사용해야 하니까. 그러면서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첫 여행지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인기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풍경과 유명 관광지, SNS에서 자주 등장하는 명소들은 조회수와 구독자를 늘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퇴사와 장비 구매, 여행 준비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유튜버가 된다.

이미지 챗gpt



현실은 구독자는 안 늘고 통장잔고만 비어 간다.

유튜브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성비가 좋은” 방법은 집에서 마이크 하나만으로 떠드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간단한 편집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위험 부담이 거의 없다. "김알파카"라는 입담좋은 유튜버는 마이크앞에서 떠드는 것으로 20만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 방식에서 성공하려면 말발이 장난이 아니어야 한다. 마이크 하나만 있어도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술술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수다.


반대로, 여행 유튜브는 가성비가 가장 낮은 분야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려면 카메라, 영상 편집 장비, 노트북 등이 필요하다.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도 만만치 않다. 퇴사 후 장비를 사고 부푼 꿈을 안고 여행을 떠나지만, 현실은 기대와 많이 다르다.


첫 번째 난관은 콘텐츠 생산의 어려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찍을 내용이 줄어들고, 할 말도 없어지기 시작한다. 10분짜리 영상을 올리기 위해 하루 종일 편집에 매달리는 경우도 흔하다. 소위 ‘유튜브 각’을 잡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정작 자신이 보고 싶었던 풍경은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영상 찍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여행을 하려 온 건지 일을 하려 온 건지 모를 때가 많다.


두 번째는 비용 문제이다. 예를 들어 2천만 원의 목돈으로 여행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초반 장비 세팅에 200만 원, 한 달 여행비 300만 원이면 6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비 외에도 비자, 예상치 못한 지출, 현지 생활비 등으로 금액이 쉽게 2천만 원을 넘는다. 절약을 하더라도, 6개월 안에 월 100만 원 이상의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렵다. 영상의 질을 유지하려면 좋은 뷰, 음식, 볼거리를 담아야 하므로 외식이나 체험비 지출이 늘어난다. 수익이 만들어져도 한 달 수십만 원이 용돈 수준인 경우가 많아 숙박비 감 담도 힘들다.


세 번째로는 구독자 수가 의외로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튜브 수익화를 위해서는 구독자 1,000명과 시청 시간 4,000시간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 3개월 동안 매일 영상을 올려도 구독자가 400명에서 멈추는 경우도 흔하다. 여행 유튜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구독자 수가 최소 수만 명 이상이고, 조회수도 높아야 한다.


결국, 돈이 떨어지면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일자리를 찾게 된다. '다 접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라는 여상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그나마 있던 수천 명 구독자도 다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이런 채널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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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생계가 걸리면 힘들어진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생계와 연결되면 힘들어진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좋아서 악기를 연주하지만, 생활비와 연결되면서 인기 있는 곡을 준비하는 등 선택과 창작에 제한이 생긴다. 공예가는 처음에는 만들고 싶은 물건을 자유롭게 제작했지만, 판매용 주문이 들어오면서 인기 있는 디자인을 반복 제작하거나, 시간과 비용을 계산하며 만들어야 한다.


여행 유튜브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구독자 50만 명 이상인 중견 여행 크리에이터들은 한 달에 3~5편의 영상을 꾸준히 올려야 광고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조회수를 잘 받으려면 인기 있는 관광지나 맛집을 반복해서 방문해야 하고, 촬영과 편집에 하루 10시간 이상을 쓰는 경우도 많다. 또 일부 크리에이터는 협찬 때문에 자신이 가고 싶은 여행지보다 브랜드가 원하는 곳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유명 카페 체인이 ‘우리 매장 소개 영상’을 요청하면, 자연스럽게 여행을 즐기기보다 광고 영상을 먼저 찍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여행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영상을 올려야 한다. 특히, 동남아 여행 유튜버 중 일부는 시청자의 성향(중년 남성)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선호하다 보니,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이나 특정 장면 촬영을 위해 섭외가 필요하다. 하지만 길가는 사람에게 출연을 요청하면 선뜻 오케이 하지 않는다. 출연비를 줘야 한다. 하지만 너무 관심을 끌려다가 유튜브 측에서 노란 딱지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원하는 영상만 고집한다면 구독자는 줄어들고 수익성은 악화된다. 국 구독자 수와 수익이 생계를 좌우하는 순간, 여행 자체보다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다. 좋아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일로서의 여행’이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많은 여행 유튜버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며, 화려한 화면 뒤에 숨겨진 진짜 모습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성공한 300만 여행 유튜버 Cullen



그럼에도 여행 유튜버를 하고 싶다면

그러면 여행 유튜브를 하고 싶다면 꿈을 접어야 하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만약 물려받은 건물이 있거나 금수저 등 돈이 많아 취미로 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예를 들어, E 씨는 은퇴 자금과 부동산 임대 수익으로 생활비를 해결하면서,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골 마을과 소규모 카페, 지역 축제 등을 자유롭게 소개한다. 구독자 수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자신이 찍고 싶은 영상만 올리면 된다.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아도, 꾸준히 보는 두터운 마니아 층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60대 이상 연금생활자가 아니라면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 보면 현금 흐름을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근 유행하는 월배당 커버드콜 전략처럼, 월 최소 200만 원 정도의 현금 흐름을 확보해 두면, 생계 걱정은 조금은 덜 수 있다. 예를 들어 JEPQ 같은 고배당 ETF에 2억 원 정도 투자하면, 세후 약 180만 원 정도의 월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2억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모을 돈도 아니다.


혹은 굳이 카메라를 들고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영상을 찍지 않아도, 집에서 말로 풀어내는 형태로 여행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마르세유 지방을 주제로 조사한 뒤,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 이를 다시 말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몇몇 여행 유튜버나 팟캐스트 진행자들은 직접 여행을 가지 않고, 자료 조사와 스토리텔링으로 여행 경험을 전달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물리적 이동이나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독자 수와 광고 수익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과 주제를 깊이 다룰 수 있다. 다만, 말로 풀어내는 능력, 즉 스토리텔링 실력이 중요하다. 또한, 역사, 문화, 지역 특산물, 전통 행사 등 다양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


또한, 반드시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지역을 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 현재 살고 있는 동네, 옆 동네, 이웃 동네 등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아 소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유튜버는 평소 자주 걷던 골목길, 오래된 카페, 동네 시장 등을 촬영하고, 그곳의 역사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영상을 제작한다. 이런 방식은 이동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시청자에게 신선한 시각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획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하다. 익숙한 공간을 흥미롭게 보여주려면, 단순히 찍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관점으로 풀어낼지 미리 계획해야 한다. 최근에는 거북섬 등 망한 상가, 폐교된 대학교 등 사회의 어두운 곳만 찾아서 보여주는 영상도 인기이다.


결국, 여행 유튜브를 꼭 생계로 삼지 않아도 즐겁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만약 진짜로 여행 유튜버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기보다는 먼저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배당주를 꾸준히 사서 현금 흐름을 만들면서 동시에 스토리텔링 및 기획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굳이 해외에 나가기보다는 가까운 곳을 촬영하면서 '과연 내가 해도 될까'를 봐야 할 것이다.

현지에 가지 않더라도 여행 유튜버를 할 수 있다 (이미지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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