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스트리아
어쩌다 우리는 함께 가게 되었나.
지난겨울 아이들 방학을 맞아 3주간 한국에 다녀왔다.
24년 1월 2일 스웨덴 아를란다 공항에 자정 가까운 시간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다보니 밖은 까만 도화지를 가득 채운 하얀 점.
거대한 눈바람이 땅에 쌓이지도 않고 끊임없이 휘날린다.
검은 밤 눈보라 속에 우리뿐이구나.
다시 시작한 스웨덴 일상은 흥미롭지 않았다.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는 언니와 이야기 나누던 중 인자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도 모르게 고백했다.
저 모든 게 재미없어요. 이제 똑같은 일 년이 세 번 반복되는 일만 남았어요.
언니는 내 말을 듣고 걱정하셨나 보다.
어느 날 언니의 남편분(형님이라 하자) 형님이 이야기하신다.
애들 부활절 방학에 뭐 해? 같이 여행 갈텨? 남편은 주말만 합류하고 방학 내내 같이 여행하고 들어와
순간 혹했다.
일주일 남짓의 짧은 방학이지만
내내 여행한다면 긴 여행이다.
여행도 하고 돌밥도 안 하고 좋겠는데!
하지만 남편 없이 다른 가족과 함께 9박 10일을 함께할 수 있을까?
여행에선 누구나 민낯을 드러내게 마련인데.
남편한테 물어볼게요.
내 남편 누구던가.
무엇이든 하고 싶은 남자.
위시리트스가 끝도 없는 남자.
오 같이 여행하면 재미있겠다.
남자들은 참 단순해.
난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스케이트 타던 주말 어느 날
남편과 형님이 잠깐 저쪽 벤치에 앉아있다.
앞만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형님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내 남편
집에 와서 신나서 나에게 통보한다.
형님이 같이 가자고 하시길래 내가 좋다고 했어. 나는 먼저 올 테니까 너는 애들이랑 여행 더 하고 와.
함께해도 괜찮을까? 따라갔다 민폐가 아닐까? 걱정하고 망설이던 결정을
그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버렸다.
그렇게 떠난 오스트리아.
여행 좀 다녀봤다 하는 이 가족은 우리 셋을 오스트리아 동에서 서까지 이끌었다.
도시만 다녀 본 애송이에게
여행이란 이런 거야라고 알려주신 분들.
그리하여 둘째 친구네와 함께 떠난
우리, 오스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