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오는 엄빠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만난다.
이날은 보니 사진이 한 장뿐이다. 비행기 안에서 테이블을 펼치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
엄빠 도착은 저녁 8시
우리 도착은 저녁 7시 40분
터미널만 멀지 않다면 별 탈 없이 만날 수 있다.
공항에 내리자 따뜻한 저녁 공기가 느껴진다.
스웨덴에선 느껴볼 수 없는 훈훈한 공기다.
드디어 전화가 왔다.
"어디야?"
"어, 여기 밖으로 나왔어 버스 타는데 인 거 같은데?"
"그래? 그럼 우리도 밖으로 나가볼게."
"아니, 안 보이는데? 출구가 몇 번이야?"
"몰라. 여기 사람들이 택시 타는데?"
"아니다. 그럼 다시 안으로 들어와. 우리가 엄마 아빠 있는 데로 찾아가 볼게."
셋이서 드르륵거리며 저쪽인가 길을 건너본다
애들이 무작정 건너가는 나를 말린다.
"엄마, 아니야. 여긴 주차장 쪽이라고."
반대쪽에서 보니 공항 건물에 터미널 1 터미널 2가 표시되어 있다.
"아, 그래 다시 건너서 저기로 가보자. 터미널이 멀지가 않네."
"오 할머니~ 할아버지~"
"오이야~~ 우리 강아지들~~"
아이들이 먼저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냈다.
"반갑다. 우리가 로마에서 만났네~"
각자 다른 곳에서 출발해서 낯선 곳에서 만났다는 즐거움에 들뜬 이들에게
가이드처럼 말해야 했다.
"자자 저녁을 간단히 먹자. 투어에서 정한 숙소가 외곽이더라고, 여기서 뭘 먹고 가야 할 거 같아.
숙소 근처엔 식당이 없어 보여."
배를 채우고 나와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실컷 택시 줄을 서서 기다렸더니 택시 타는 걸 돕던 직원들이 우리가 다섯인 걸 알고 한쪽으로 나가 있으라고 한다. 인원 때문에 큰 벤을 타야 한다고 컨벤이 올 때까지 기다리란다.
난감하던 차에 저쪽에서 나와 눈을 맞추는 택시기사가 보인다. 쏜살같이 차를 가지고 온다.
오 다행이다. 했지만 역시나. 정찰금액을 부른다. 얼만지 물어보니 크게 사기당하는 건 같진 않다. 그래 좋아. 마냥 기다리지 말고 타자.
창문을 열고 달리는 택시라니, 시골택시도 아니고, 따뜻하고 시끄럽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얼굴을 때리는 바람을 맞으며 생각한다. 따뜻하네. 이렇게 창문 열고 달리는 택시를 얼마 만에 타보나..
무사히 만났고,
호텔도 잘 찾아왔어.
자정에 공항에 도착하는 투어 일행과는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하고 우린 먼저 호텔 체크인을 했다.
왔다 갔다 할 방이 생긴 아이들은 자기들 짐은 던져놓고 할머니 할아버지 방에 가버렸다.
이유는 한 가지.
할머니할아버지가 사 온 한국 과자.
할머니가 옛다~ 하며 캐리어를 열어젖힌다. 헐, 많이도 사 왔네.
엄빠에게 내일 조식을 몇 시에 먹고 어디를 가는지 대략 이야기했다.
사뭇 진지하게 듣는 엄빠를 보니 엄마의 "언제 다시 오겠나~" 노래가 생각났다.
뭐 하튼, 애들은 티브이 보며 포카칩에 고래밥을 먹고, 호텔방안엔 우리만 있으니 마치 한국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