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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bu Nov 22. 2024

단체투어라 가능한 것

얘들아 다 어디 갔니?

 가이드가 이야기한다.

"자 이제 저희 로마 일정은 여기서 끝이고요. 두 시간 정도 달려서 토스카나 지방에 숙소에 머물렀다가 내일 아침에 피렌체로 출발하겠습니다. 오늘 덥고 많이 힘드셨죠. 오늘이 전체 일정 중에 가장 빡빡한 하루예요. 고생하셨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순식간에 택시투어로 로마 곳곳을 둘러보고 대형버스로 옮겨타니 이미 저녁이었다. 오늘 묵을 숙소는 피렌체와 로마 사이에 키안치아노 테르메란 곳이다. 로마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려달려 다시 이태리 어느 작은 시골 도시로 들어섰다. 고개를 넘어가듯 구불구불 산을 돌아 숙소로 가는 길엔 토스카나 사진에 항상 등장하는 삐죽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지어 서있었다.


 숙소는 산등성이에 있었다. 이탈리아 아이들이 단체로 수련회를 와 있고 중국 단체관광객이 우리 뒤에 체크인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잉 이건 산장이다.


"엄마 여기 부곡하와이 생각나지 않아?"

"어머 그러네! 하하 완전 옛날 스타일이네."

"온천장 냄새가 나. 크크크"


 부곡하와이라고 아실라나. 어린 시절 엄빠따라 간 온천장. 음 요즘으로 치자면 워터파크의 전신? 정도 될 그 시절 휴양지. 이 산장을 부킹 닷컴에서 검색해 보니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개인적으로 오면 이런 숙소는 찾아내기도 찾아가기도 힘들 텐데 40명 인원을 태우고 전용 버스로 이동하는 지금은 어디든 차로 갈 수 있다. 괜히 시내 가까운 숙소에 묵느니 살짝 외곽의 숙소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거다. 내가 운전 안 하니 뭐 어떠랴.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가니 아까 봤던 단체 수련회를 온 아이들이 한쪽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쪽수로는 밀리지 않는다. 아, 이 산장은 단체 여행객들이 저렴하게 묵어갈 수 있는 숙소네.

40명인 우리 투어는 식사 때는 5조로 나뉘어서 8명씩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우리는 현지합류한 사람들로 구성된 5조였다. 교환 학생으로 나와있던 대학생 딸이 한국 돌아가기 전에 부모님이 오셔서 함께 유럽 여행을 하고 귀국하실 예정이란다. 우리 애들은 한국 사람이 그리웠던 건지 아니면 외국사는 동안 변죽이 좋아진 건지 질문이 많다.


 10살짜리 둘째가 대학생 언니가 너무 좋았는지 갑자기

"언니 나랑 친구 할래?"라고 물어봐서 모두를 웃겼다.


 종일 옆에서 엄마 어쩌고 저쩌고, 엄마 이건 뭐야, 엄마 여긴 어디야, 엄마 언제 숙소가. 에서 벗어났다.

아이들이 식사 시간엔 옆가족에 끼여서 질문하기 바쁘고, 각자 방으로 돌아와서는 할머니 할아버지 방으로 가기 바빴다. 오늘은 어떤 한국 과자를 먹어볼까 고심해서 고르고는 엄마의 간섭 없이 게임하고 티브이 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짐만 방에 팽개쳐 놓고 쌩하고 사라진다.


  혼자 남은 나는 테라스로 나가는 무거운 유리 나무문을 낑낑거리며 열었다. 끽끽 끼익. 솔밭이 보이네. 산꼭대기라 공기가 맑구먼.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여기가 어딘가 구글맵을 켰다. 보자... 내일은 피렌체랑 밀라노를 간다고 했는데...


 와. 이동거리가 어마어마하네. 부츠모양의 이탈리아 부츠의 옆지퍼를 끝까지 올려버리네. 고로 이 단체 투어에 참여한 우리는 내일 아침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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