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X세대를 만들어낸 철학적 고찰
2-5. X세대와 신자유주의2-5. X세대와 신자유주의
앞의 자유주의는 철학적인 관점이었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신자유주의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론이나 학설도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나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잘 정리된 김성구 작가의 『신자유주의와 공모자들』이라는 책의 내용을 빌려서 나의 이야기를 덧붙여 본다.
“1980년대 이래,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자유주의 경제사상과 경제정책은 이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현실이 되었다. 이 사상과 정책은 ‘시장 근본주의’ 또는 ‘시장 원리주의’와 ‘주주자본주의’로 알려진 바처럼, 자본주의의 조절을 시장과 경쟁에 위임하고, 재산권의 원칙과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시한다. 즉 신자유주의는 사회의 자원 배분을 시장의 경쟁 원리에 위임해야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 또 시장 경쟁의 전제는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난 개인의 자유이며 사적 재산권이야말로 이 자유를 실현하는 절대적 전제 조건을 이룬다는 것을 신성불가침의 교리로 내세운다. 통화의 긴축과 인플레 억제, 재정 적자 감축과 균형 예산, 사회보장 삭감과 교육·의료·연금의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노동조합 분쇄와 노동시장 유연화,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의 자유화 등이 이를 위한 주요 정책 처방이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세계적인 구조 위기와 케인스주의의 파산을 배경으로 등장했고, 자유화와 개방 정책으로 세계화가 급진전되는 속에서 확산되었으며, 특히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를 통해 그 이념적 기반이 크게 강화되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월가와 미국 정부 그리고 IMF 등의 개발도상국 발전에 대한 비공식적 전략적 합의라는 워싱턴 컨센서스(신자유주의 컨센서스)를 통해 외환 위기를 겪은 개발도상국에 구제금융의 대가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수출되었고 이들 국가도 전면적으로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었다.
김성구 『신자유주의와 공모자들』 P14~15
신자유주의는 ‘88만 원 세대’를 만들었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청년들을 위로하려 했으며 열정페이를 강요했다. 그 신자유주의의 첫 피해자는 뭐가 뭔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X세대일 것이다.
신자유주의란 철학이나 사상이 서방국가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엄청난 부작용을 양산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하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세계화를 외쳤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물 안에서만 놀지 말고 큰 바다에서 놀아보자는 취지였다. 해외여행도 좀 다니고,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화도 접하고, 다른 나라 농산물도 좀 먹어보는 등 대충 그런 취지였을 것이다. 힘센 나라들은 한국도 그동안 보호무역으로 많이 벌었으니,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이 갈수록 거세어졌다. 준비가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외국자본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특히 자본시장의 이해도가 부족했던 정부는 국가 부도 직전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무방비 상태인 우리나라에 IMF에 의해 일방적으로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했거나, 앞으로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던 X세대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길 뿐만 아니라,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의 원흉이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과 자본 논리에 의해 작은 정부를 추구했지만, 미국의 주도하에 있는 IMF와 세계은행이 앞장서서 자본시장이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강요되어졌고, 이는 자본의 약탈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가 내세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금융시장의 세계화이다.
신자유주의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나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사건으로 비판과 회의론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금융과 자본의 세계화를 내 세우는 신자유주의는 아직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며 부르짖은 외침은, 신자유주의가 내세운 가치나 이념의 폐단이 단지 한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전 세계인이 증명해 보였다.
사실 우리나라에 신자유주의가 들어온 것은 X세대가 성장하고 난 뒤의 일이다. 코호트적 관점에서 본다면 X세대의 정체성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X세대는 신자유주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시기, 청년기를 보내며 온몸으로 맞서야 했다. 취업을 한 사람은 불안한 내일을 위해 납작 엎드려 살아야 했으며, 취업을 앞둔 사람은 좁아진 취업 문을 쉴 새 없이 두드리거나 대학원이나 유학 등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다. 끝내 취업이 안 되어서 다단계나 피라미드의 유혹에 빠진 친구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X세대는 직장생활만큼은 보수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상사의 수발을 드는 것은 기본이고, 초과근무와 연장근무를 도맡아 하고 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병폐가 사회 곳곳에, 특히 노동현장에는 아주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 파트타임노동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직원을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 여겨 단기간 고용계약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X세대도 신자유주의의 피해자이지만, MZ세대에게 무척 미안하고 죄스러운 느낌이다. 우리 세대가 좀 더 힘차고 당당하게 싸우지 못한 결과란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기득권과의 다음 싸움은 양극화와의 싸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