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화들짝 피어있는
둘레길 옆에 작은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다
걷다가 쉬다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작은 물오리들이 떼를 지어 몰려왔다
와르르 몰려들고는
모두가 떼로 짝짓기를 하느라
수면이 휘청거린다
떼 지어하는 행위는
그 모습이 장관이고 예술이다
뒷걸음치면서
몰래 숨죽여 그들의 사랑을 훔쳐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곳에
시선을 몰려있다
지나가는 봄바람이 슬쩍
곁눈 질을 한다
마침 햇빛은 찬란하고
봄은 한창 생기 가득하고
사방은 온통 연둣빛으로
수놓은 곳에서
그들은 지금 사랑하기 좋은
봄날이다
살아있어서 꿈틀대는
그 어떤 작은 미물이어도
사랑은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
봄날만큼이나 사랑스럽고 때론 힘겹게
천년만년
이어지고 이어갈 그들의 연결들
사랑하는 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
혹시 다음에 그 길을
또 걷더라도
예술이라고 장관이라고
그 어떤 이름도 붙이지 않을 것이다
그 호숫가 수면 위에 뜬
창백한 낮달을 보아도
못 본 척할 것이다
생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