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를 졸업하고
그녀를 처음 만나는 날이다
"길에서 만나면 몰라볼 것 같아~"
둘은 똑같은 말을 한다
그런데 마음을 다잡고
자세히 보았더니
예전의 그 모습이 그대로 있다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그 고운 얼굴을
꾹꾹 눌러 담아둔다
열일곱
설렘과 떨림과
순수함이 가득했던
그때를 아는 사람
그때 예쁜 동산이 학교 뒤에 있었다
단풍 든 나뭇가지에 다가가
열 송이 스무 송이를 뭉쳐서
한 송이 꽃다발을 만들면
저 달의 별이 될 것처럼
상상이 현실이 되고
마법 같은 꿈 많던 시간들
그리움을 스르륵 녹여낸 시간
봄에 엷은 봄꽃
꽃술이 아직 떨고 있는 것처럼
단숨에 떠나는 그때로의 여행
그 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길게 여운이 남는다
집에 돌아와 저녁별을 올려다본다
그때의 별처럼 초롱초롱 반짝인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촉촉해지는 감정들
잊어버리고 살았던
또 다른 두근거림이다
가을의 붉은빛이
가슴에 확 들어온 것처럼
오늘은
찰랑이는 여울 물방울이
가을 햇살을 만나
잔잔한 호수에
펼쳐 놓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