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그녀와 마주 앉았다.
그날이 떠오른 걸까
심하게 우울해 보였다
10살이던 아들을 사고로 잃었으니
그녀의 삶은
온통 슬픔으로 뒤엉킨 나날이었다
그 진한 삶을
어찌 몇 마디 말로 다하랴~
그녀와 함께 곁에 있는 이들도
그 아픔을 함께해야 했다.
그녀의 삶은
세상의 슬픔은 다 가진 듯했다
점점 나약해지고
영혼은 황폐하고 메말라갔다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무참히
식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아픔을 길들인다는 것은 고통이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옅어진다는 말은
그리 맞는 말이 아니다
때론 슬픔이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거니까
슬픔이 너무 크면 영원히
아물지 않는 것처럼,
상처의 흔적은 희미해지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삶은
상처에 슬픔을 더하고 난 뒤
굳은살을 얻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바닐라라테 아이스커피가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둘은
그때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예쁜 눈은
매번 보아도 슬프다
그녀의 슬픔에 무심하지는 않았는지
더 다소곳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