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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Dec 05. 2024

올해의 마지막달

삶은 소소한 것의 일상




   시간 참 빠르게 흘러간다.

올해도 12월 한 달을 남겨두었다.

어느새 부드러운 여유는 전부 버리고 가냘픈 욕심만 손에 쥔 채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번번이 한 해의 시작은 한판 어떻게 해보겠다고, 

두 팔을 걷어붙였는데 어설프게 설핏 잠든 시간만 지났다.

새벽 댓바람에 지펴둔 계획은 아직도 해동되지 않은 것들 뿐인데 쉬운 시간만 흘렀다.

세월 빠르게 지나간다.



   삶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쉬운 맘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면

철새들이 줄을 맞추어 날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무리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듯이 한 몸이 된 듯

날아간다. 그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보면 어느새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고 또 어디론가 날아간다는 사실을.

혹시 그 무리에서 길을 잃는다 해도 몸에 새겨진 속도는

어떻게든 익숙함을 지닌 채  어디론가 날아갈 것이다.



   삶이 때로는 대단한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천하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삶은

널따랗게 펼쳐진 길을 끝없이 걸어가야 하는 밋밋한 일상이다.

삶의 본질은 어제 같고 오늘 같은 지루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삶의 기쁨도

잔잔하고 사소있다는 알게 된다.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빨래의 향긋한 잔향이 날 때,

집식구들의 밝은 웃음소리를 들을 때, 책을 넘기며 커피 한잔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질 때...

마음을 편안하게 하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채색처럼 잔잔하지만, 그 속에 있는

빛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작은 것에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지니는 것은

삶이 가진 작고 소소한 것에 행복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단위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면 않으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을 놓친다면 삶은 건조하게 메말라간다. 삶에서 사소하고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일은 하찮을 만큼

많아서 더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시간을 써본 사람은 안다. 삶의 매 순간을 작은 기쁨으로 채워나가는 일은 어쩌면 삶에서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세상 사람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진다.

삶의 일상은 가까이 줌으로 들여다보면 밝게 빛나고 있지만 그 밑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모두가 순조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 것들 투성이다.

평화롭게 보이지만 곳곳에 위기와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일상은 소중한 순간들이지만

삶은 다독이지 않으면

때로는 더럽고 초라하고 삭막한 파멸을 뒤집어쓴 두 얼굴기 때문이다.


=======''''''


   며칠 전 첫눈이 내렸다. 소담스럽게 함박눈이 내렸다.

나뭇가지에 새하얀 눈꽃이 피고 온천지는 금세 하얀 세상이 되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져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세상의 추한 모습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온 세상을 뒤덮었다. 시간도 공간도 가늠하기 어렵고 소리마저 눈 속에 파묻힌 듯 고요했다.

누구의 흔적도 찾을 수없는 첫눈치고는 많아도 너무 많은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세상은 온통 순백색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발이 휘날리고 날씨는 

싸늘하게 변해간다.

삶도 다르지 않다.

평화로움 뒤에 가진 진한 것들,

삶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까닭 모르고 울꺽하고 목이 메어오는 것처럼

색다름의 연속이다.

삶의 영역에서 날것 그대로 맞닥뜨리는 것이다.

삶은 그것들을 잘 달래 가며 지루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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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단한 것이 아닌 사소한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진다.

흐릿하지만 선명하게 잡히는 소중한 것의 의미를 아끼며 보듬어야 한다.

추위가 엄습해 온다.

마음밖에 내놓고 잊고 지낸 것들을 서둘러 들여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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