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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텔씨 Oct 30. 2024

[사색의 서, 24] SNS

모두와 연결된 고독의 시대

"그들은 더 이상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대신 서로를 즐긴다.


그들은 생각을 주고받지 않는 대신 이미지를 주고받는다.


그들은 문제들을 논의하지 않는 대신 멋진 외모, 유명인, 광고를 논한다."




SNS는 큰 세상을 연결해 주었다.


어디서나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눈길을 돌리면 세상에 있는 물건들이 한 손에 잡힌다.


SNS는 작은 세상을 끊어주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시간만큼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빼앗긴다. 손 안에서 펼쳐지는 것이 많아질수록, 정작 가까운 관계들은 희미해진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시선은 늘 다른 공간을 헤맨다. 한때 시간을 공유한다는 건 경험을 공유한다는 뜻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시간을 ‘함께’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철저히 개인 중심으로 변해간다. 온 세상이 연결될수록, 우리는 더 고립된다. 아이러니하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이 잊는다.

SNS 속 콘텐츠는 휘발성이 강하다. 어제 즐겁게 봤던 것들이 뭐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뇌를 자극해 도파민을 쏟아내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남는 건 없다. 그 순간의 재미뿐.


하지만 우리 삶은, 그런 순간의 재미에 기대어 살아가기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우리에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그저 시간을 흘려보낸다고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재미에만 빠져 있다면 문제는 방치될 뿐이다.


80년대 우리나라 정치가 3S 정책을 펼쳤다. Screen, Sports, Sex.

사람들의 시선을 정치와 부정부패에서 돌려놓기 위한 방편이었다. 컬러 TV가 보급되고, 프로야구가 출범했고, ‘애마부인’ 같은 성인 영화들이 흥행했다. 선택지가 적을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집중되는 법이다. 3S 정책은 성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눈을 돌려놓을 필요가 없다. 이미 대중의 시선은 갈 곳을 잃었다. 가령 옷을 사러 간다고 하자. 비슷하게 예쁜 옷들이 빼곡히 진열된 매장에서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다. 오히려 고르기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명품 매장이 상품을 드문드문 진열하는 이유다.


넘쳐나는 사진과 영상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시선은 갈 곳을 잃었다. 중요한 문제들,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 역시 그 속에서 희미해진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진이나 영상처럼, 중요한 것이 아닌 것으로 되어버린다.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보다 스크롤에 묻히는 시간이 더 길다. 배우자와 마주 앉아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오늘 본 가십거리가 주제가 된다.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무채색이 되어간다.



너무나 짧은 시간 동안, 시대는 급변했다. 하지만 인간은 아직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반응할 뿐이다. 인간에게 좋은 방향으로 적응하는 것을 진화라고 한다면, 우리는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진화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만큼 이 시대의 SNS는 강력하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인간이 기술의 속도에 맞춰 적응할 때까지, 그럴 기회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이 강력한 흐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렇게 외치지만, 이 변화의 결과가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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