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택은 후회를 남기겠지만..
"결혼하는 편이 좋은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 좋은가를 묻는다면
나는 어느 편이나 후회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_소크라테스
내가 결혼한 나이는 만 33세.
사실 20대의 나는 27살쯤 결혼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30대 초반을 넘어섰고, 흔히 말하는 당시의 결혼 적정 나이가 되니, 그 무렵 만나던 전 여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했다. 그게 지금의 아내다.
결혼 후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싱글일 때 편하게 가졌던 자유로운 시간, 약속 및 연례행사 등에 제약이 생기면서 '결혼 좀 더 늦게 할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주변의 친구들이 시간 제약 없이 편하게 노는 게 부럽기만 했다. 밤늦게까지 놀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늦잠을 자는 여유가. 만 33세에 했던 결혼을 38살에 할 걸 그랬다며 주변 친구들에게 '너넨 결혼 더 늦게 해.'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고 다녔다. 38살이 되자 42살에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웃으며 얘기했다. 방송에서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좋다는 농담에 공감하고, 많은 유부남 유부녀들이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다. 노총각, 노처녀들이 비혼을 선언하고 혼자 사는 것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부러워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모든 이야기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나 역시 "결혼은 최대한 나중에 하는 것이 좋고, 안 해도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지만, 지금의 생각은 전혀 달라졌다. "나중에 헤어지더라도, 무조건 해보는 것이 낫다."라고 말한다. 갔다 오더라도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소크라테스의 저 말을 처음 접했을 땐, 결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동감이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역시 철학자들도 동의하는 진리구나.'라며 결혼 생활에 무조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말에 동조했다. 그들도 30대까지의 나와 같은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의 생각이 확장되면서 저 말이 그 이상의 뜻을 품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결혼하는 것이 나은지, 안 하는 것이 나은지 묻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마음에 흔들림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길을 걷더라도 후회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을 한 것이 아닐까?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모든 것은 내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이 말을 깨닫고 나니, 소크라테스의 저 말이 다르게 다가온다.
내가 결혼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혼생활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마음이 흔들리면 아무리 안정적인 결혼을 해도 불만과 후회가 생기고, 반대로 내면이 단단하다면 부족한 것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건, 결혼을 선택하든 비혼을 선택하든 ‘완벽한 선택’은 없다는 것. 중요한 건 어떤 길을 가더라도 그 안에서 오는 후회를 받아들이고, 그 경험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결혼에 어떤 후회도 없다. 물론 지금 마음이라면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어떤 후회도 없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나는 아내가 있고, 두 딸이 있고, 그들과 함께 행복하다는 것이다. 혼자였다면 절대로 발견할 수 없었을 그 행복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행복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그저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