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일 동안 꺼지지 않는 산불이 나기도 하고, 삽시간에 모든 걸 집어삼키는 홍수가 나기도 한다.
자연은 수십년간 가꿔온 스스로의 얼굴을 한 순간의 지진으로 일그러뜨리기도 한다.
그런 이벤트가 일어난 곳은 오랫동안 엉망이 된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시계로 판단했을 때의 이야기다.
자연의 시계에서는, 내 얼굴의 뾰루지가 터졌다가 아무는 시간과 같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내 얼굴의 상처는 나의 시간 안에서 아물고, 자연의 상처 역시 자연의 시간 안에서 아문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서두름이란 있을 필요 없다. 저절로 아문다. 더 빨리 아물게 하려고 약을 발라보기도 하지만, 결국 그저 흐름에 맡길 뿐이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 그게 자연의 힘이다. 저절로 아무는 모든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도 자연의 일부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인위적인 것이라고 자연에 속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환경 파괴와는 별개의 문제지만,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어느 순간 인류가 멸망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그 역시 자연이 아무는 시간일 뿐이다. 인간 사회의 많은 문제는 별 거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섭리에 따라, 그 시계에 따라, 다 완수 할 것이다. 다 아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