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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텔c Nov 01. 2024

[사색의 서, 26] 도파민 중독

우리는 모두 게임 중이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겠다."


_이지영 강사




국내 인터넷 강의의 스타 강사인 '이지영 강사'님은 매년 1월 1일 다이어리에 이 말을 적는다.

한껏 힘을 준 유치한 문장이지만, 나의 몸과 정신, 나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라고 한다.


2000년 초반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하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인터넷을 보급했다. 그런 배경은 스타크래프트가 전국민의 e스포츠가 되게 했고, 세계적인 e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는 원동력이었다. 그 이전에는 오락실이 있었다. 어린 애들 코 묻은 돈을 '삥' 뜯는 불량한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그곳에 가면 야단을 치기도 했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나도 어릴 적 부모님 몰래 오락실을 갔다가 붙잡혀서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부모님 잔돈을 슬쩍하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오락실을 찾아갔다.


내가 직접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적이 많았다. 오락을 할 만큼 용돈이 있는 건 아니었기에 혹시 동전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커피 자판기의 동전 반환구나 자판기 밑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만큼 어린 시절 게임은 강렬했다.


성인이 되고 대학생 시절에는 그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고, 용돈이 있거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있었기에 PC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카트라이더, 리그 오브 레전드, 디아블로 등등 PC방에 들어가면 언제 나올 지 기약이 없었다. 초기의 PC방은 먹을 게 컵라면 밖에 없었다. 컵라면도 하루이틀이지 배가 고파지면 게임을 멈추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PC방을 넘어 스마트폰 게임이 흥행했다. 언제 어디서든 펼칠 수 있는 오락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출퇴근 시간, 점심 시간, 잠깐 쉬는 시간, 화장실에서까지 틈만 나면 게임을 켰다. 주말에는 충전기에 달린 스마트폰을 붙잡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하기도 했다. '게임 중독'이었다.


나는 사실 게임에 관대했다. 게임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 '내가 통제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해야할 일이 있으면 게임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었다. 적어도 스마트폰 게임에 빠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PC방에서 밤새면서 게임을 하는 것도 젊은 날 한때이고, 이제는 같이 게임을 할 친구도 없어졌기에 저절로 중독되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얘기가 달랐다. 환경의 제약이 없었다. 잠자리에 누워서 30분만 하다가 자야지 마음 먹고 새벽 4~5시까지 붙잡기도 했다. 불은 다 끈 상태에서 핸드폰의 밝은 화면을 몇시간씩 바라보면서 게임을 하다가 시력이 나빠지고, 일상 루틴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스마트폰의 게임을 모두 지웠다. 이제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절대로 설치하지 않는다. 온갖 SNS에 광고가 올라와도 클릭해보지 않는다.


게임에 중독되게 만드는 요인은 '도파민'이다. 요즘엔 도파민 중독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스스로 통제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릴스도 도파민 중독을 강력하게 유발한다. '5분만 쉬어야지.'라고 얘기하며 보기 시작했다가 2시간을 훌쩍 넘긴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고나면 나에게 남은 것은 뿌듯함과는 거리가 멀다. 머리는 멍해지고, 자괴감이 느껴진다.


높게 유지되던 도파민이 정상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고통을 느낀다. 쾌락과 고통은 상호 균형을 이룬다. 쾌락이 높아져서 고통이 낮아진 상태가 유지되다가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고통이 높아져야 한다. 즉, 고강도의 쾌락을 즐겼으면 고강도의 고통이 뒤따른다.


우리나라는 과거 사회적으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던 적이 있다. 바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이유였다. 그 당시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런 성향이 도파민 중독 상태였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하는 모든 영상은 '게임'과 다름없다. 모두 도파민을 내뿜게 만든다. 자녀들에게는 게임 그만하라고 하면서 부모조차 유튜브와 릴스를 넘기고 있으니..부모들도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업무 중에 잠깐이라도 인스타그램에 접속해서 릴스를 보는 순간, 사실상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통제 가능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파민이 발생되는 행동은 다른 것으로부터 집중력을 제한한다. 도파민을 유발하는 그 행위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을지 모른다. 이지영 강사의 말처럼, 내 정신과 시간을 온전히 통제하며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도파민 중독자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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