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패키지여행, 자유여행? 어떤 여행 중이신가요?

by 라텔씨


제 부모님께서는 여행을 가실 때, 패키지여행을 많이 가십니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고, 많은 사람들과 버스를 타고, 유명하다고 하는 관광지를 들르고, 여행지에서도 한식당을 꼭 찾아가는 그런 패키지여행이죠.

패키지여행을 가면 이동 수단, 자는 곳, 먹는 것까지 어느 정도 수준을 만족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간중간 현지 가이드 또는 여행사의 부수입을 위해 기념품 점을 들르거나, 원치 않는 구매를 요구받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편리함을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여행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어도 가이드를 통해 설명을 듣고, 그 지역에 여행 온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은 빼먹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개인이 선호하거나 선호하지 않더라도 선택권은 없습니다. 투어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숙소 근처에서 쉬는 것 정도죠.


부모님은 연세가 많아서, 편리함을 위해 패키지여행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면서도, 여행을 다녀오시면 여행지는 좋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여행 그 자체가 좋았다는 말씀을 하진 않으십니다.




저는 여행을 갈 때, 패키지여행을 가지 않습니다.


수십 년 전, 부모님과 함께 가본 게 마지막입니다.

여행을 하면 구체적인 계획을 모두 세워두는 편은 아닙니다.

그랬던 적도 있지만,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얻게 되는 여행의 디테일이란 때론 한계가 명확해서 현지에서 느낌대로, 흘러가는 대로 여행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런 여행의 묘미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과정 속에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한 번은(사실 여러 번입니다.) 여행 전 찾아놓았던 맛집이 갑자기 휴무일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식당을 갔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맛집이고, 내가 본 사이트나 여행책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많이 소개된 곳이었죠.


한 번은(이건 진짜 한 번) 뉴질랜드에서 빙하 투어를 가려고 했습니다. 헬기를 타고 산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서 빙하를 구경하고 높은 곳의 빙하에 내려보기도 하는 그런 투어였죠. 그런데 며칠 동안 산에 구름이 껴서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악천후 때문에 헬기가 뜰 수 없었어요.


전 바람막이와 모자를 눌러쓰고 빙하 코스 트래킹하며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풍경들을 손과 발로 만지며 빙하 트래킹 투어를 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젖은 풍경을 선사해 주었고, 기원을 알 수 없는 빙하를 타고 흐르는 계곡물에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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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의 제 삶은 패키지여행이었습니다.

부모님, 선생님이 가이드였고, 사회는 관광버스, 숙소, 그리고 정해진 한식당이었습니다.


패키지여행처럼 사는 인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패키지여행할래, 자유여행할래?'라는 질문에 100이면 100 모두 후자를 선택할 저의 내면에는 패키지여행 같은 삶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패키지여행은 평균은 합니다.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별로 없죠. 안정적입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삶을 선호할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자유여행은 '복불복'입니다. 힘들고, 번거롭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게 했음에도 변수가 너무 많아서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실망스러운 경험도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본 적 없는 곳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걸 볼 때, 나만의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유여행을 위해 필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처음 자유여행을 해 보는 '용기'이고요, 다른 하나는 어찌 되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여행이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보다 용기를 내어 단 한 번만 경험을 한다면, 두 번째 시도부터는 전혀 어려울 게 없습니다.


또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이번 한 번의 여행이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자유여행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줄 겁니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합니다.

여행 맞죠. 다만, 여행의 종류마다 조금 다릅니다.


여러분은 패키지여행을 좋아하나요, 자유여행을 좋아하나요? 어쩔 수 없이 패키지여행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여행은 번거롭고 위험하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여행 속 가이드이며,

우리 자신의 선구자입니다.






>> 한 줄 코멘트. 단순한 관광객이 되는 것보다, 나만을 위한 여행의 가이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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