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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람 Jun 03. 2023

부부가 같은 취미를 공유할 때 생기는 변화

글쓰기를 통해 얻은 것들



요즘 우리 부부는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육퇴 후에 매일 글쓰기 관련 이야기를 한다. 글쓰기 주제는 어떤 걸로 정했는지, 최근에 인상 깊게 봤던 신문기사는 무엇인지, 이번 주 오글클의 글쓰기 진행은 어느 정도 되었는지 등 요즘 글쓰기에 대한 얘기가 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새벽이 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육퇴: ‘육아 퇴근’의 준말로, 아이가 잠들면 그제야 육아에서 놓여남을 퇴근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오글클: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의 줄임말.



우리 부부는 서로가 예민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아기를 낳은 뒤부터 발생한 "수면 부족"이 주된 이유였다. 자식은 너무 예쁘지만 육퇴 후에 오는 그 공허함과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들에 휩싸이면서 육퇴 후의 시간을 생산적이게 보내지 못했다. 슬프게도 말이다.



출산 이후 우리의 여가시간을 보내는 패턴은 주로 "TV 보기"였다. 아기가 잠들고 나면 후다닥 저녁식사를 하고 TV를 보았다. 언제는 '지구마불 세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보다가 서로 다투게 되었다. 여행은 가고 싶지만 아기를 키우고 있으니 당분간은 못 갈 것을 생각하니 우울해졌다. 그러다 문득 코로나로 인해 하와이로 신혼여행 가려다 못 간 것이 너무 억울해서 싸움으로 번질 때가 있었다. 



그리고 육퇴 후에 대부분의 이야기 주제는 "아이"였다. '오늘은 뭘 했고, 어땠는지' 그런 얘기가 전부였다. 서로에 관한 얘기는 점점 사라져 갔다. "우리의 관계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기를 키우는 그냥 부모로서 존재하는지" 의문일 때가 많았다. 물론 아기를 맡겨 놓고 데이트를 할 때도 종종 있었지만, 아기 얘기 빼고는 할 말이 크게 없었다. 



아이 중심적인 우리에게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했고, 그것은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같이 글쓰기를 하자. 
남편 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어느덧 우리 부부의 공통 취미가 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단, "책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책 읽는 앱을 이용해서 서로가 추천한 책을 동시에 같이 읽기도 한다. 오글클을 시작하고 나서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같이 읽은 적이 있었다. 



책을 읽다가 맥시멀리스트의 대표 브랜드인 아마존 편에서 "브랜드의 미니멀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왔다. 동일한 책을 같이 읽다 보니 내용을 둘 다 알고 있어서 내가 남편에게 "오빠는 맥시멀리스트야, 미니멀리스트야?" 이렇게 물어봤다. 그러자 남편은 "나는 당연히 맥시멀리스트지. 아마존 같은 남자야."라고 대답했을 때 얼마나 깔깔거리며 웃었는지 모른다. 동시에 작아져 못 입는 옷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도 떠올랐다. 이렇듯 글쓰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배우며, 함께 시간을 보내며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김키미 저



글쓰기는 육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육아로 인해 우리 부부 둘 다 침체되어 있고, 내일을 걱정하느라 육퇴 후의 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남편은 힘들다는 말은 안 했지만, 회사도 가야 하지, 집에 오면 육아도 해야 하지, 힘들어하는 아내 멘탈 관리까지. 고달팠을 것 같다. 그러다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된 글쓰기로 인해 부부 공통의 취미에 몰두함으로써 육아 스트레스에서 조금씩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글쓰기가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자 나의 일상도 변하게 되었다. 남편이 오기 전에 아기를 재우고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야기 후에 같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만의 글쓰기 루틴이 생겼다. 우리만의 루틴을 만들어 최대한 그 루틴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유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둘이 같이 하니까 더 잘 되었다. 육아도 글쓰기도 말이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공유할 때 중요한 룰이 있다.



누군가 제안하는 것을 최대한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함께 체험하는 것이다. 남편이 같이 글을 쓰자는 제안을 무시하지 않고, 시도했던 것이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활동하니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깊은 관계를 다질 수 있었고, 육아 스트레스를 건전한 방법으로 해소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란 공통의 취미를 하면서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어제 글쓰기 클럽 온라인 모임을 했다. 남편과 내가 모두 아는 커뮤니티에 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 운영자가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주는 것이 좋았다. 특별히 어제는 스티븐이 "부부 글쓰기 클럽을 운영하라"라며 제안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아직은 미숙해서 진행할 수 없지만, 내 머릿속으로 주변의 어떤 부부가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 것만으로도 첫 발자국을 뗀 게 아닐까? 



많은 부부들이 공통의 취미를 갖고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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