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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람 Jul 16. 2023

함께하는 것의 힘

공동육아는 사랑입니다

도영이가 태어난 이후 첫 장마를 맞이했다. 날씨가 오락가락이라 평소처럼 외출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주 월요일에는 너무 더워서 집에 있었고, 화요일부터는 비가 많이 와서 집에만 있게 되었다.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도영이가 집에만 있는 게 힘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징징거리기도 하고 갑자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이것이 반복되자 나에게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은 스트레스가 되어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한 주였다. 



그렇게 수요일까지 집에 갇혀 있다가 목요일에는 정말 안되겠다는 생각에 교회로 갔다. 우리 교회는 주중에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터라, 항상 사람이 많다. 비가 추적추적 내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단 외출을 감행했다. 그렇지 않고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가자마자 도영이는 발장구를 치며 사람들을 반가워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다 보니 도영이는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징징거릴 틈이 없었다. 교회에 있던 누나, 형, 이모들이 놀아주니 신나서 기쁨의 돌고래 소리도 냈다. 누나 형들이 간식을 먹으니 밥도 잘 먹었다. 


참 신기했다. 아기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동물이었나 보다. 집에서 나랑 둘이 있을 때는 그렇게 잠도 안 자고 짜증만 부렸었는데. 사람들이 많은 교회에 오니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도영이는 다른 사람들과 놀 수 있어 행복해했고, 엄마인 나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함께하는 것"의 힘이었다. 


친정 엄마를 통해 들었던 옛날 육아는 공동체 그 자체였다. 동네 엄마들이 다 모여 평상에서 함께 집안일도 하며 수다도 떨고 육아도 했다. 어떤 엄마가 외출할 일이 생기면 다른 엄마들이 아이를 봐 주는 것이 당연한 문화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런 좋은 공동체 문화를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이웃과의 소통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같은 아파트를 살아도 함께 이야기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그렇다고 주변 친구들과 함께 육아를 하고 싶어도 각자가 결혼하는 타이밍이 제각기여서 맞춰서 공동육아를 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공동육아를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조리원 동기(a.k.a 조동)들을 만들곤 한다. 

나도 조리원 동기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출산했을 때에도 코로나로 인해 칸막이가 쳐져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아 조리원 동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동 한 명을 만들었는데 그 언니는 우리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곳에 살기 때문에 자주 만나기가 어렵다. 요새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한 조리원에 그 지역 사람들만 오는 것이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도 많이 온다. 같은 동네에 사는 조동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육아하기보다는 나 혼자 육아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한주 동안 날씨로 인한 나혼자 육아를 경험하며,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더욱 깨달았다. 홀로 육아를 할 수밖에 없어지는 현실에서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덜 힘들게 육아를 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함께할 때 좋은 시너지를 내며, 함께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러니 이렇게 글쓰기 클럽에도 들어가는 게 아닌가.(이것은 내 얘기다.) 코로나로 인해, 또한 사회적인 환경에 의해 우리나라에도 상생보다는 각자도생이 많아지고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혼자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기 보다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더 멀리 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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