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통해 느끼는 소소한 행복
나에게 있어 행복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해외여행을 간다든지, 돈을 많이 벌어 명품 백을 사는 것과 같은 욕망을 이루는 데서 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나를 치장하는 데 돈을 많이 쓰기도 했다.
실제로 결혼 전 갔다 온 스페인 여행은 그때 당시 나에게 큰 행복감을 주었다. 여행사를 다니는 친구와 함께 계획을 짜고 실제로 스페인에 갔을 때, 한국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재미와 웅장함,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음식들조차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한 스페인 여행을 간다고 옷도 많이 사고, 처음으로 히피펌도 해봤다. (아래 사진 참고)
육아를 하기 전에는 무언가 거창한 것을 이룰 때 행복하다는 약간의 편견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육아를 하고 나니 평범한 일에서도 찐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2023년 4월의 어느 날,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
나는 벼르고 별렀던 도영이와의 외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전에는 일교차가 심했는데 그날은 저녁이 되어도 날씨가 따뜻했다. 도영이를 아기 띠로 안고 남편을 마중 나가기로 했다.
집에서 역까지 가는 길은 아기를 낳기 전에도 자주 왔다 갔다 하던 길이었다. 그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그날은 남편 모르게 나가서 놀래줄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 길을 걸어갔다. 또한 도영이와 단둘이 밖에 나간 것이 처음이라 뿌듯하기도 했다.
역에 도착하여 남편을 만났다. 남편이 놀라기도 하면서 기뻐했다. 도영이도 아빠를 보니 반가웠는지 발장구를 치며 웃음을 지었다. 세 식구가 함께 집에 돌아오는데, 그 순간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날 나는 참 행복했다.
아기를 낳으니 아기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편과 내가 둘이서만 했던 당연한 일들이 아기와 함께하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지극히 평범한 일에도 미소를 짓는 아기 덕분에 일상이 더욱 특별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한 남편을 마중 나가는 일,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일, 함께 인생 네 컷을 찍는 보통의 하루가 더욱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다.
아기와 함께 외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내가 해냈다는 것에 감사했다. 육아 초반에는 화장실도 잘 못 가고, 남편이 와야만 샤워를 할 수 있던 나였는데. 도영이와 함께 남편을 마중 나간 일은 육아 레벨이 한 단계 상승했다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다. 나도 엄마가 되어가고 있구나. 모든 게 서툴기만 했던 내가 엄마로서 적응하고 있구나. 뿌듯하고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