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과 육아를 하게 된 이야기
남편의 추천으로 '글쓰기 클럽'에 가입하여 글을 쓰기로 했다. 육아로 인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글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말 그대로 단순하게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주제부터 난관에 부딪힐 줄이야. 글쓰기 첫 주제는 퍼스널 브랜딩이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았는데, 막상 퍼스널 브랜딩의 주제로 글을 쓰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매우 막막했다. 단순하게 Personal branding 이니까 ‘personal 개인적인’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먼저 정리해 보니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내가 어떤 모양의 브랜드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과거의 나는 모험심도 강하고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학교 때, 교내 글로벌챌린지라는 해외탐방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첫 해외여행을 호주도 다녀오고 발표도 1등을 했었다.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 토플공부도 하며 영어공부에 열을 냈다. 자격에 맞는 결과를 내지 못해 교환학생의 꿈은 좌절되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실패를 경험했지만 동시에 성장도 있었다고 확신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나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영어 실력이 한참 부족한 상태로 영어학원에 입사하게 되어 필요한 말을 영어로 빼곡히 적어가며 고3 영단어를 외우듯이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던 기억이 있다.
임신을 했을 때도 열정 만수르였다. 몸이 무겁긴 했지만 수제청을 팔아보겠다며 만삭의 몸으로 하루에 3-4시간을 서서 과일을 씻고 칼질을 하고 결국엔 청을 만들어냈던 지독한 나였다. 과거의 나는 도전하며, 내 삶을 주관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내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출산, 그리고 헬육아. 여성의 사회와의 단절이 시작되는 그 시점이 34살 박보람의 인생에도 찾아왔다. 아이가 있으니 모든 행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없을 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면 집안일을 하고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는 일, 심지어 화장실도 내 마음대로 못 간다. 그런 나에게 도전? 도전은 이렇게 나에게서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코로나가 잠잠 해질 때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프로해외여행러인 나도 마음만은 그 대열의 선봉장이었지만, 아기를 키우고 있는 이 상황에 해외여행은 꿈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해외여행도 못 가, 좋아하는 일도 못해, 출산 후 살도 쪄서 옷도 안 맞아. 내 삶을 비관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도 ‘나는 안돼. 육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 한참 비관주의자로 살아가고 있을 때, 아기랑 놀아주다가 노란 튤립에서 나오는 멋쟁이 토마토라는 노래 가사가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멋쟁이 토마토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냄새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나는야 주스 될 거야. 나는야 케첩 될 거야. 나는야 춤을 출거야.
뽐내는 토마토, 토마토!
‘하물며 울퉁불퉁한 토마토도 주스가 될 거다, 케첩이 될 거다 하며 도전 정신을 뽐내고 있는데, 사지 멀쩡한 30대 청년이여 왜 삶을 비관하고 있는가?’ 토마토가 나에게 위와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토마토가 현재의 상황을 한없이 나쁘게만 보는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육아가 주는 기쁨도 못지않은데, 상황에 갇혀있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다.
주말에 언니가 도영이를 맡아줘서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친구가 하는 미용실에 다녀왔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크게 생각의 전환을 주는 사건이 있었다.
친구와 육아의 힘듦을 이야기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육아의 안 좋은 점만 얘기할까?’ 그래서 사람들이 아기를 더 낳기 싫어하는 게 아닐까. 친구의 말로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정보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언론이나 온라인에서 반응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보도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실제로 내 주변 지인 중에는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 때문에 아기를 낳기 싫다고 결심한 사람"도 있었다.
나도 애를 낳기로 결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 또한 주변에서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육아를 할 때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이 생각나 자기 연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막상 육아를 해보니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육아를 통해 얻는 행복이 더 컸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이랄까.
나를 닮은 아기가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을 때 느끼는 행복, 멀리까지 가서 당근해온 장난감을 아기가 좋아해 줄 때 느끼는 뿌듯함, 뒤집기를 한다고 힘주다가 옷에 소변이 발사되는 예상치 못한 웃긴 일, 아기가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생각나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 등 육아의 장점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친구와의 이야기를 통해 육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육아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일에 내가 목소리를 내야 할 것만 같았다. 딩크를 꿈꾸던 내가 둘째를 생각할 정도로 육아는 가치 있는 것이라는 걸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그 작은 시작점이 바로 이 글쓰기이다. 글쓰기만큼 나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좋은 매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결혼과 육아가 삶의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주고,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 꾸준히 얘기해 볼 작정이다. 더 나아가 이 글쓰기를 통해 결혼과 육아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