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불이 났어요!

아니, 아직 안 났어. 9시에 날 거야.

by 달토

보건실 앞 복도에서 체육 선생님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 때,

1학년 아이가 갑자기 소리쳤다.

떤댕님! 지금 과학실에 불났대요! 거기로 가지 마요!

작은 손을 휘두르며 선생님을 막아서는 아이의 눈엔 걱정이 가득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났다.

‘아이고, 너무 착하다…’




매년 학기 초면 어김없이 진행되는 합동 소방훈련.

올해 시나리오는 ‘과학실에서 불이 나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내용이었다.


소방 ‘훈련’인데도, 이 아이는 그걸 진짜 불이 난 상황이라 믿고 있었다.

그 순수한 마음이 참 기특하고 귀여웠다.


그때, 체육 선생님이 돌아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니야~ 불은 아직 안 났어. 9시에 날 거야~

순간, 아이의 표정이 딱 멈췄다.


“?!!!!!”


두 눈이 동그래지더니,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그대로 떠올랐다.

방금 전까지 누구보다 용감하고 진지하던 아이는

금세 울먹이는 얼굴이 되었다.

…아닌데, 담임쌤이 불났댔는데…
과학실에 가면 안 돼… 엉엉

아이의 혼란스러운 속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이를 바라보던 체육 선생님의 얼굴에

씨익- 장난기 어린 웃음이 번졌다.

그러곤 아이 눈높이에 맞춰 자세를 낮추며 다정하게 말했다.


“고마워~ 걱정해 줘서 든든해.

근데 진짜 불이 난 건 아니고, 오늘은 연습이야.”


아이의 눈빛이 살짝 풀렸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려는 그 마음.


아이의 순수한 진 덕분에,

그날 소방훈련은 유난히 따뜻하게 시작되었다.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


keyword
이전 10화“약 주세요”라는 말에 숨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