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는 왜 친구랑 똑같이 아플까?
그 아이는 언제나 다른 아이의 증상을 따라 한다.
약이 필요해서일까, 관심이 필요한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보건실을 찾는 아이, 1학년 미리.
오늘은 미리의 단짝 친구가 먼저 보건실을 찾았다.
“선생님, 안약 넣어주세요. 병원에서 결막염이래요.”
나는 조심스럽게 안약을 점안해줬다.
그 모습을 보던 미리가 갑자기 눈을 벅벅 비볐다.
저도요! 눈이 너무 가려워요!
눈은 금세 벌게졌고, 나는 순간 걱정이 됐다.
진짜일까, 아니면 방금 본 상황을 따라 하는 걸까?
그런데 친구들이 말했다.
“얘, 아까까지 눈 안 가렵다고 했어요.”
“눈 비빈 적도 없었어요.”
미리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아니야! 나 진짜 가려워!”
며칠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친구가 팔꿈치에 눈을 맞았다고 하자,
미리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저도요! 다은이 팔꿈치에 눈을 맞았어요!
하지만 옆에서 있던 다은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요? 그런 적 없는데요.”
어느 날은 미리의 또 다른 친구가 배가 몹시 아파 보건실로 왔다.
병원에서 장염 진단을 받고 약을 먹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본 미리가 다급하게 말했다.
선생님, 저도 배가 아파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가, 언제부터 아팠어?”
“음… 여기 가요. 1교시 시작하고 나서요. ”
옆 친구를 힐끔 보며,
그 아이가 아파하는 부위를 따라 말한다.
나는 미리에게 따뜻한 찜질을 해주고,
이불도 덮어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약 없이도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미리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찜질 말고 약 주세요.”
1시간이 지나도, 2시간이 지나도
미리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약 주세요!
나는 고민에 빠진다.
정말 아픈 걸까? 아닌 걸까?
미리는 언제나 친구들의 증상을 똑같이 따라한다.
그 말투는 단호하고 진지해서, 정말 아픈 건 아닐까 싶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나는 보건실에 한 명씩만 차례대로 들어오도록 했다.
그러자 미리는 소리쳤다.
“저도 아파서 온 거예요!”
이번엔 정말 아프다 해도, ‘문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그랬더니 미리는 보건실 문 아래 작은 유리창 앞에 쪼그려 앉아,
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나는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이의 마음속엔 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걸까.
보건실은 몸이 아픈 아이가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약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에게 함부로 약을 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리를 혼낼 수도, 모른 척할 수도 없다.
결국, 또 보호자에게 전화를 건다.
두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열댓 번 통화한 것 같다.
어머니는 지친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에휴… 미리 좀 바꿔주세요.”
전화기를 건네면,
미리는 금세 조용해진다.
“네, 엄마…”
그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은 미리는
말없이 일어나 조용히 교실로 돌아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파요” 라던 말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정말,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 상황.
아이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
미리는 매일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내일도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올 그 마음을,
나는 어떻게 안아줘야 할까.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