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울었다

모기를 핑계 삼아 흘린 눈물

by 달토
공개수업이 끝나면 괜히 울적해지는 저학년 아이들이 있다.
그럴 때면 보건실은 마음을 숨기기 위한 조용한 피난처가 된다.


점심시간, 보건실 문이 살며시 열린다.

얼굴을 반쯤 내민 건 2학년 민정이다.


선생님… 모기 물린 데가 가려워요…

작은 목소리에 묘하게 무거운 기운이 실려 있다.


“이리 와서 보여줘~”

모기 패치를 꺼내려다 민정이 얼굴을 보는 순간, 손이 멈칫했다.

눈망울이 금방이라도 넘칠 듯 촉촉했다.


“엥? 민정아, 울었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통한 볼 위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무슨 일 있었어? 선생님한테 말해봐.”

“… 아니요… 그냥, 가려워서 눈물이 나요…”


가렵다는 말 뒤에,

무언가 마음 한구석이 뭉쳐 있는 듯했다.


“언제부터 슬펐어?”

3교시 공개수업이 끝나고, 중간놀이 시간부터요…”




그때였다.

또 다른 2학년 아이 은찬이가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여기 다쳐서 왔어요.”


딱지가 다 앉은 작은 상처였다.

무엇이 그리 아파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걸까.


“어어… 많이 아파?”

은찬이는 고개만 끄덕이며 참으려던 눈물을 흘린다.


혹시…


“오늘 3교시에 부모님 오셨니?”

“네… 엄마, 아빠 둘 다요.”


그 대답과 함께, 은찬이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왈칵 터진다.


아, 그제야 퍼즐 조각이 맞춰진다.



저학년 아이들 중에는 공개수업이 끝난 뒤 오히려 울적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엄마 아빠가 나를 두고 그냥 가버렸다’는 서운함 때문이다.


그 시큰한 감정을

‘가려워서요’, ‘다쳐서요’라는 핑계로 겨우 꺼내는 것이다.

민정이도, 은찬이도 아마 그랬던 게 분명하다.


이윽고 담임 선생님이 헐레벌떡 보건실로 들어오신다.

“민정아~ 왜 울어~”

담임 선생님이 내 눈을 슬쩍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으신다.

아마 이 눈물의 진짜 이유를 이미 알고 계신 듯하다.


모기 물린 데가 가려워서…
눈물이 나와요… 엉엉

민정이는 끝내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담임 선생님은 민정이를 다정히 안아주며 말한다.

“어이쿠! 그러게, 모기가 왜 이렇게 가렵게 물었담~”


그 따뜻한 말투와 내 버물리 손길이 민정이의 울음을 조금씩 달랜다.

민정이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조용히 숨을 고른 뒤, 힘을 내어 교실로 돌아간다.




한편 은찬이에게 연고를 발라주며 묻는다.

“발표는 잘했어?”

“네.”

열심히 발표한 스스로를 떠올렸는지,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그럼 집에 가면 칭찬받겠네~”

눈물은 아직 남아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학교 금방 끝나. 집에 가면 또 엄마 아빠 볼 수 있잖아.”

“네!”


‘집에 가면 다시 만날 수 있구나’

그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은 듯했다.

입가에 작은 웃음이 번졌다.




2학년. 정말 사랑스러운 나이다.

그 작고 여린 마음에, 부모님이 다녀간 빈자리가 이렇게도 크게 느껴지나 보다.


아이들은 참 솔직해서,

오히려 솔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가려워요.”

“다쳤어요.”


그 말 뒤에 숨은 진짜 마음은

‘엄마가 보고 싶어요.’
‘혼자 남겨져서 슬퍼요.’


그걸 말로 꺼내기엔 아직 서툰 나이.


사실 민정이도, 은찬이도 평소 보건실을 자주 오는 아이들이 아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자 서러움에 눈물이 터져 나와

‘모기’, ‘상처’ 같은 핑계를 대며 보건실 문을 두드린 것이다.


참, 귀엽기도 하다.


나도 어릴 적 그랬던가?

교실 뒤편에 부모님이 서 계시면 긴장되면서도 설레었고,

공개수업이 끝난 뒤 집에 가시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며 서러웠을까.

보고 싶어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을까?

기억은 희미하지만 어쩌면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의 눈물을 닦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어린 기억이 스르르 깨어난다.


학교는 오늘도 수많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중엔 모기나 상처로 포장했지만, 속에 숨겨진 마음들도 있다.


보건실은,

그런 모든 마음들이 잠시 머물렀다 가는 따뜻한 피난처다.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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