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자인데, 왜 여자 몸도 배워야 해요?”

함께 배우는 성(性)의 첫걸음

by 달토
우리는 왜 서로의 몸을 함께 배워야 할까?
그 질문은 어쩌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음이었다.


5학년 성교육 수업.

사춘기 남학생과 여학생의 몸과 마음에 대해 함께 배우는 시간이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이들은 쑥스러움호기심이 뒤섞인 얼굴로 보건교육실에 모였다.


수업 시작 전,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들


그 표정들에는 묘한 설렘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몇몇 아이는 교과서를 펴지 않은 채, “보건 수업 안 들을래!”라며 투정을 부렸다.


조용히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수업을 시작했다.

웅성거리던 목소리는 하나둘 잦아들었고, 아이들의 표정은 점점 진지해졌다.


그때였다.

사춘기 여학생들이 겪는 ‘월경’에 대해 설명하던 중,

수업 내내 몸을 비틀며 딴청을 부리던 한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난 남잔데…
왜 여자 몸도 배워야 해요?

그 질문에는 낯설고 부끄러운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다.


나는 잠시 그 마음을 헤아렸다.

익숙하지 않은 주제라 당황스럽고 쑥스러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중요한 질문이에요.”

나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남녀가 따로 배우면, 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배우는 이유는

서로 다름을 알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예요.”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 모이기 시작했다.


“서로를 알게 되면, 오해도 줄고 놀림도 사라져요.

누군가 불편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이유를 알면 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오죠.


그리고 성에 대해 배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배우는 내용은 ‘야한 것’이 아니라, 몸과 삶을 건강하게 이해하는 지식이에요.”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어느새 장난기 어린 표정을 거두고,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내 말을 따라왔다.


문득,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상이 생각났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따뜻한 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서울대 합창단이 부른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영상을 틀었다.



“이 노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만나

얼마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줘요.

낮은 목소리도, 높은 목소리도.

혼자 부르면 단조롭지만, 함께 부르면 깊고 풍성해지거든요.


음색들이 겹치고 어우러지며 포근한 하모니가 교실을 채웠다.


처음엔 어색한 듯 힐끔거리던 아이들도 이내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떤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따라 흥얼거렸고,

어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음악에 귀 기울였다.


영상이 끝나자, 한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이 노래… 정말 좋아요.”


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래요. 우리는 모두 다르죠.

하지만 그 다름이 서로를 빛나게 해 줄 수 있어요.

성에 대해 배운다는 건, 결국 함께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는 일이니까요.”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교실을 나섰다.

나는 잠시 모니터 속 영상에 시선을 머물렀다.


교사는 가르침을 전하는 존재이면서

매일 배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날 나는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성은 감추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알아가야 할 삶의 일부다.

우리는 서로 달라서 어색할 수도 있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이해하려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


이 노래, 정말 좋아요.

그 한마디에 담긴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함께할 때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걸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본 소중한 순간이었다.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



초등 5학년 보건 교과서


keyword
이전 13화우진이? 하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