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하나가 만든 이야기

아이들이 마음을 배운 날

by 달토

점심시간, 운동장은 평소처럼 활기찼다.


5학년 남학생들은 축구에 열중했고,

2학년 여학생들은 그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빗나간 축구공 하나가 ‘퍽’ 하고 지나가던 지유의 머리를 세게 맞혔다.



지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5학년 남학생들은 당황한 얼굴로 미안하단 말도 못 한 채 멀뚱히 서 있었다.


지유는 친구들의 손을 잡고 보건실로 향했다.




나는 지유를 살폈다.

다행히 외상이나 어지럼증은 없었지만,

놀라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지유야, 어디 아픈 데 있니?”

나는 눈을 마주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유는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삼켰다.


“그럼, 침대에 누워서 좀 쉴래?”

입술을 꾹 누르던 지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작게 몸을 웅크렸다.


잠시 후, 2학년 선생님이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지유야, 괜찮니?”

부드러운 목소리에 지유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선생님의 다정한 눈빛에 마음이 조금 놓인 듯했다.


똑똑-

곧이어 문이 열리며 5학년 선생님이 들어섰다.

문 밖엔 축구공을 든 남학생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지유야, 맞은 데 괜찮니?”

5학년 선생님은 지유의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오빠들이 너무 놀라서 바로 사과를 못 했대.

지금은 미안한 마음을 직접 전하고 싶어 해.

지유가 잠깐 들어줄 수 있을까?


잠시 침묵이 흘렀고, 2학년 선생님이 따뜻하게 말을 보탰다.


“지유야, 오빠들이 정말 미안해하고 있어.

용기를 내서 사과하러 왔단다.

잠깐만 들어볼래?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


지유는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5학년 선생님이 문 밖의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남학생들은 머뭇거리며 지유 앞에 섰고, 모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중 한 아이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미안해. 바로 사과 못 해서… 다음엔 더 조심할게.”


뒤따라 한 명씩, 아이들이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지유야.”


그제야 지유의 굳었던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2학년 선생님이 남학생들을 바라보며 자상하게 말씀하셨다.


“저학년 친구들이 주변에 있을 땐 더 조심해야 해.

하지만 이렇게 직접 와서 사과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고마워.”


5학년 선생님도 미소 지으며 덧붙이셨다.


“그래. 축구는 재밌게 하되, 주변도 잘 살피자.

그리고 실수했을 땐 바로 사과하는 게 중요해.

방금처럼 용기 내서 사과하는 거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잘했어.”




보건실은 어느새 작은 화해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상처받은 지유의 마음을 두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감싸 안았다.


모두가 떠난 뒤, 보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다친 마음을 감싸는 어른들,

용기를 낸 아이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지유.


모두가 함께 마음을 돌보던 하루.


그날의 보건실은

유난히 따뜻했다.



✏️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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