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자, 진짜 동우가 왔다

강한 척 뒤에 숨은 마음

by 달토

늦은 오후, 보건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


“선생님! 동우가 넘어졌어요!”

“어떡해, 동우야!”

“괜찮아? 괜찮아?”


3학년 여자아이 셋이 동우를 둘러싸고 한꺼번에 보건실로 들어섰다.

동우는 입을 꾹 다문 채, 울지 않으려는 듯 굳은 얼굴로 버티고 있었다.


“그네에서 뛰어내리다가 무릎을 ‘탁’ 부딪혔는데 피가 나요.”

아이들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급히 다가가 동우의 무릎을 살폈다.

상처에서는 피가 맺혀 있었고, 주변은 부어 있었다.


“앗, 심하게 넘어졌구나. 많이 아프니?”


그러자 동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씩씩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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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하나도 안 아픈데요?
더 심하게 다쳤을 때도
안 울었는데요?

나는 잠깐 놀란 눈으로 동우를 바라보았다.


‘오… 울 법도 한데 대단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어깨는 왜 저렇게 으쓱거리지?


속으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프지 않은 친구들은 문 밖에서 기다려 줄래?

동우는 치료하고 갈게.”


“네…”

“동우야~ 치료 잘 받고 나와~”

“문 앞에서 기다릴게!”


아이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보건실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문이 찰칵 닫히자

동우의 눈동자가 금세 촉촉해졌다.

방금 전 씩씩하던 표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 조금 시원할 거야. 준비됐지?”


내가 소독솜을 꺼내드는 순간, 동우가 다리를 움츠렸다.


“아악! 잠시만요…”


동우는 얼굴을 내게 가까이 대더니

목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속삭였다.


“… 그거, 아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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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누구세요?


조금 전 ‘하나도 안 아파요’ 하던 동우는 어디로 간 걸까.

아무래도 친구들과 함께 문밖으로 나간 것 같다.


‘하나도 안 아팠다며~’ 하고 놀리고 싶었지만,

나는 웃음을 꾹 참고 조용히 소독을 마쳤다.

연고도 바르고, 반창고도 붙였다.


“됐다! 잘 참았어, 동우야.”


동우는 잠시 머뭇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별로 안 아팠어요.”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씩씩하게 문을 열고 나갔다.


문 너머 여자아이들 앞에서 환하게 웃는 동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난 줄 알았다.




…30분쯤 지났을까.


보건실 문이 슬그머니 열렸다.

고개만 쏙 내민 동우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지…?”


이번엔 친구들 없이 혼자였다.

살금살금 나에게 다가온 동우는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엄마한테 전화해 주시면 안 돼요…?

눈동자는 금세 촉촉해졌고,

입술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너무… 아파요. 엉엉.”


아까 그 당당함은 어디 가고,

이제야 진짜 동우가 온 것 같았다.


나는 입꼬리를 꾹 눌러 참으며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동우가 그네 타다 넘어졌는데, 아주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네요.”


친구들 앞에서 지키고 싶었던 자존심이 있었던 걸까.

어쩌면, 멋져 보이고 싶었던 누군가가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날, 동우는 친구들 앞에서 애써 지켜온 자존심을 살포시 내려놓고

조용히 엄마를 찾았다.


그렇게 아이는 다시, 아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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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by 달토

✏️ Instagram @dalto_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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